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인도 방문차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이 미 정가를 다시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가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경고가 잇따르면서다.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지원 사실이 드러난 러시아가 이번엔 그의 재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 유력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원한다는 의혹으로 논란은 한층 뜨겁다.

미 연방수사국(FBI) 산하 ‘해외 영향력 태스크포스(FITF)’의 데이비드 포터 차장은 24일(현지시간) 의회의 선거안보 회의에 출석해 “러시아가 뻔뻔한 정보 공작을 통해 미국인들이 서로 물어뜯는 상황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사회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공정한 선거를 망치려 한다는 것이다. FITF는 ‘러시아 스캔들’ 이후 외세의 불법 개입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신설된 조직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3일 하원 정보위원회 기밀 브리핑에서 국가정보국(DNI)이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민주당 경선을 비롯한 대선 과정에 또다시 개입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당국자들이 샌더스 의원 측에 ‘러시아가 샌더스 캠프를 도우려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취임 직후부터 ‘러시아 스캔들’에 시달려온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의혹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자 23일 “누구도 그런 보고를 한 적이 없다”며 ‘민주당의 사기극’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조지프 매과이어 DNI 국장대행이 최근 경질된 데에는 해당 브리핑이 직접적인 이유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난처해진 건 대선후보 경선 초반전에서 ‘원 톱’으로 올라선 샌더스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러시아 지원설’을 의식한 듯 “러시아는 미국 대선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한 당내 경쟁자들은 “러시아가 트럼프의 재선을 돕기 위해 본선 경쟁력이 약한 샌더스를 지원하고 있다”는 식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이 샌더스 의원의 지지글 중 가짜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발견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미 정보당국은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모습이다. 포터 차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진실을 왜곡해 어떤 주장이나 뉴스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러시아의 목표”라고 말하면서도 러시아가 특정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일체 거론하지 않았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은 지난 4년 내내 미 정치권 분열의 씨앗이었다. 22개월의 수사 끝에 로버트 뮬러 특검은 지난해 3월 “러시아의 개입은 사실이지만 공모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놨지만 의혹 해소에는 역부족이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도 러시아 측 개입이 확인돼 재무부가 제재에 나선 바 있다.

이날도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상원의원 3명은 러시아ㆍ이란 등을 겨냥해 제정된 적대세력 통합제재법(CAATSA)을 거론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선거 개입에 연루된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즉각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라”고 촉구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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