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급증에 번지는 ‘코리아 포비아’
日은 감염증 위험 정보 한국에 첫 발령
입국 제한 25개국서 더 늘어날 듯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인) 입국을 금지ㆍ제한하는 나라가 대폭 늘었고 여행경보 상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조기에 통제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의 ‘코리아 포비아(한국 공포증)’은 더 심화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경고)로 격상하면서 자국민들에게 “불필요한 한국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2단계 경고 발령 이틀만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과 관련한 최고 수준 경보는 중국 본토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유일하다. CDC는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에 의한 호흡기 질환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만성 질환자와 노약자의 질병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CDC의 이번 조치로 미국 국무부도 3단계 또는 그 이상으로 경보를 격상시킬 가능성이 열렸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성격이 강한 미 국무부 여행경보의 경우 중국에는 4단계(여행 금지), 한국ㆍ홍콩ㆍ마카오ㆍ일본에는 2단계(주의 강화)가 각각 발령된 상태다.
세계 보건분야에서 CDC의 조치가 사실상 국제 표준에 준하는 만큼 다른 국가들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나 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독일 외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대구와 경북 청도군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라고 공지했고, 프랑스 정부는 한국 여행 경보를 기존 1단계(정상)에서 3단계(여행 자제)로 격상했다. 일본 외무성도 대구와 청도에 대해 ‘불필요하고 긴급하지 않은 방문 중지’를 권고하는 내용의 감염증 위험 정보 ‘레벨2’를 발표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감염증 위험 정보를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레벨2 수준은 후베이성과 저장성 원저우(레벨3)를 제외한 중국 전역과 같은 수준이다.
한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를 발표한 국가들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자치정부는 예정대로 이날 오전 6시부터 한국에서 출발했거나 최근 14일 이내 방문 사실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홍콩 거주자라도 대구ㆍ경북지역 방문자는 14일간 격리한다. 앞서 이스라엘과 요르단ㆍ바레인ㆍ모리셔스 등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베트남도 25일부터 대구ㆍ경북 거주자 및 최근 14일 이내 체류자에 대해 국적과 상관없이 입국을 제한했고, 싱가포르는 26일부터 최근 14일 이내 대구나 청도를 여행한 신규 방문객의 입국과 경유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만은 이날부터 한국에서 입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14일간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마카오는 전날부터 14일 이내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별도로 지정된 장소에서 검역을 실시 중이다. 영국도 한국 방문자 중 유증상자는 14일간 자가격리 및 국민건강서비스(NHS) 신고를 당부했다. 전날 대구에서 출발한 한국인 입국자 20명을 병원에 격리했던 베트남 다낭시 인민위원회는 25일 현지 거주자 2명을 제외한 18명과 다른 한국인 6명을 이날 밤 11시55분 비엣젯 항공편으로 귀국시키는 데 동의했다. 이들은 모두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나라는 13개국이고, 검역 강화와 격리 등의 조치를 시행하는 나라는 12개국이다. 하지만 여기엔 지난 21일부터 한국인 검역 강화 조치에 들어간 브라질 등이 빠져 있는데다 일부 비공식적이거나 특정 지역에 한해 유사한 조치를 취하는 나라도 있어 실제 해외에서 한국인이 곤란을 겪는 경우는 더 많을 수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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