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마다 판매 묻는 전화 폭주”
국내서 확보 못하자 아마존 등 뒤져
25일 오전 서울 중구의 롯데마트 앞. 10시 영업 시작까지는 15분이나 남았는데도 80여명이 일찌감치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트가 이날부터 1인당 20개로 한정해 마스크를 판다고 알려진 뒤 몰려든 인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절 사태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물론 인근 직장인까지 마트로 몰렸다. 직장인 A씨(45)는 “며칠 전부터 인근 편의점과 약국, 온라인 사이트까지 둘러봤지만 마스크가 모두 품절됐다고 한다”며 “업무를 보는 건물 곳곳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들여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짬을 내서 나왔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불안감에 마스크를 차지하기 위한 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시중에 마스크가 동이 나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품귀 현상으로 매점매석이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인해 ‘마스크 찾아 3만리’ 행렬은 전국 어디서나 목격할 수 있다. 당장 쓸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집 근처나 직장 인근에서 발품을 파는가 하면, 비상사태를 대비해 수만원대 배송비를 지불하면서 해외 직구에 나서는 가정도 즐비하다.
확진자가 폭증한 지난 주말부터 전국의 마스크 판매점은 연일 매진 세례다. 1인 당 마스크 3개로 구매를 제한한 서울 강남구 다이소 매봉역본점은 이날 10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바닥났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마스크 물량이 확보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다이소 여의도점 앞에는 오전부터 대기 줄이 50m 이상 이어졌다. 다이소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업체 10여개와 계약을 맺고 매일 마스크 공급을 받고 있지만 수요 자체가 워낙 많다 보니 영업 시작 5~10분이면 다 판매되고 있다”며 “매장마다 마스크 판매 여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남대문 도매시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시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 대체로 한산한 가운데 오후1시쯤 마스크를 판매하는 여성용품 상점 앞은 문전성시였다. 50개를 묶어 파는 일회용 마스크는 6만5,000원의 다소 높은 가격에도 진열하자 마자 동이 났다. 감염병 예방효과가 높은 편이라고 알려진 ‘KF-94’ 제품은 개당 1만원을 웃돌았지만 역시 구매 손길이 이어졌다.
온라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마켓의 경우 KF-94 마스크 1장에 7,000원, 쿠팡에선 10개들이 묶음이 4만4,900원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대부분 품목에 ‘품절’ 표시가 붙어 있었다. 품절 표시가 없는 품목을 클릭하면 많게는 수천 명의 대기자가 표시됐다. 유독 마스크 품목에서 품절과 판매가능의 반복이 이어졌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공급 물량이 달리기 때문에 공급선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하자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제품가격의 몇 배에 달하는 배송비가 큰 부담이다. 해외쇼핑몰 아마존에서 마스크를 구매한 정은수(30)씨는 “해외 사이트엔 마스크 물량이 아직 있지만 배송비가 3만원 안팎에 달하기도 한다”며 “배송이 길게는 2주 정도 걸리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비싼 배송비를 주고 결제 했다”고 했다.
마스크 확보전이 가열되면서 폭리나 사기 등 범죄행각도 심화되고 있다. 경찰은 서울 용산에서 ‘마스크를 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지인들로부터 1억여 원을 가로챈 30대 중국인을 구속하는 등 최근에만 마스크 사기범 18건(5명)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안감에 마스크를 미리 확보하려는 시민들도 문제지만, 비상 상황에서 품귀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중물량을 조율하는 구조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극심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 수출이 생산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26일 0시부터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한시 시행하기로 했다.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생산업자 수출도 하루 생산량의 10% 이내로 제한된다. 또 마스크 생산업자는 하루 생산량의 50% 이상을 우정사업본부, 농협중앙회 등 공적 판매처로 출고해야 한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마스크 대란, 줄서기가 사라지도록 모든 역량을 다해 해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마스크 품귀에 지친 시민들 사이에서는 50% 공공 판매 정도로 상황이 나아지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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