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때아닌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은 미뤄졌지만 2020 시즌을 앞두고 처음 실시한 ‘마스코트 반장선거’ 결과가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으로 접어들면서다.
25일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이날 자정 마감되는 마스코트 반장선거는 수원삼성의 ‘아길레온’과 대구FC ‘리카’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2005년 탄생해 충성도 높은 수원삼성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아길레온은 득표수가 마지막으로 공개된 23일 기준 9,809표로 1위, 지난해 탄생해 구단과 선수, 팬들의 사랑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는 리카는 9,451표로 2위에 올라있다. 이들 외에도 각 구단들은 마지막까지 뜨거운 선거운동을 벌이며 ‘우리 자식 알리기’에 열을 쏟고 있다.
이날까지 수원 아길레온은 구단 영상을 통해 클럽하우스 잔디를 고르고, 클럽하우스 내부 방역과 선수 건강관리(손 소독제 제공)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호응 받았다. 대구 리카는 가상정당 ‘우리가 대구당’을 창당한 뒤 △이모티콘 출시 △유튜브 채널 개설 △리카 가방 출시 등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세웠다. ‘인천은 강하당’ 소속의 인천 유나이티드 ‘유티’는 3위를 달리며 선전 중이다.
이번 선거는 팬은 물론 구단들에게도 반가운 시도였다는 평가다. 반장으로 선출된 마스코트에겐 1년간 ‘반장 완장’이 수여되는데, 결과를 뒤로하고서라도 이번 선거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K리그 열기를 살리고 존재감 없었던 여러 구단 마스코트들이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며 이미 큰 효과를 봤다는 게 관계자들 목소리다.
‘붱붱이(아산)’ ‘감규리(제주)’ ‘까오(성남)’ ‘똑디(부산)’ ‘자주(대전)’ 등 상위 50%를 달리는 마스코트들은 “이제껏 잘 몰랐는데 이제 보니 매력적”이란 호응도 얻는단다. 한 구단 관계자는 “프로축구연맹에서 반장선거를 위해 캐릭터가 좋아하는 선수나 선호음식, 취미, 특기 등을 적도록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구단들이 캐릭터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정립하게 됐다”며 “앞으로 마스코트 활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반장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표심은 곧 팬심(축구팬 마음)’이란 흥미로운 분석도 나온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 팀 FC서울과 서울이랜드의 마스코트가 최하위권에 처져있는 게 대표적”이라고 짚었다. 실제 최근 기성용(31) 영입 실패 이후 상당수 팬들이 돌아선 FC서울 마스코트 ‘씨드(1,199표)’가 최하위(22위)로 처져있고, 지난 시즌 다수의 홈 경기를 천안으로 옮겨 치른 끝에 K리그2(2부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서울이랜드 ‘레울(1,239표)은 ‘뒤에서 2등(21위)’을 달린다. 반장선거 결과는 26일 오후 4시 아프리카TV에서 진행되는 개표방송을 통해 발표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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