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대성당 행사 전면중단 결정… “개신교 대형교회도 행동 나서야”
한국의 대표적 초대형 교회로 꼽히는 서울 명성교회의 부목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개신교계 대형 교회들도 빨리 주일 예배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확진자가 나온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 8만명, 출석 교인 6만명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초대형 교회 중 하나다. 이런 곳에서 확진자가 나온 만큼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명성교회에 따르면 확진 판정을 받은 2명은 부목사와 부목사 지인 1명이다. 부목사는 지난 14일 신도 5명과 함께 경북 청도의 대남병원 내 농협 장례식장에서 열린 교인 가족 장례식에 참석했다. 함께 확진 판정을 받은 다른 1명에 대해 교회 측은 “얼마 전 귀국해 주거지가 마땅치 않아 부목사 집에 임시로 머물던 부목사 아내 지인(선교사)의 자녀로, 명성교회 교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목사와 신도들, 그리고 주변인들은 바로 보건소를 찾았고, 보건소 요청에 따라 이튿날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부목사와 지인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세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부목사는 자가격리 이전인 지난 16일 오후 1시 30분에 진행된 오후 예배에 참석했다. 여기엔 약 2,000여명이 참석했고, 부목사의 근처에서 예배를 본 사람들은 40~5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15~21일 기간 동안 교회를 드나들고 다른 교인 집에 심방을 가는 등 신도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왔다. 명성교회는 주일 예배 등 모든 예배와 교회 활동을 무기한 중단하고 매년 3월 진행했던 ‘특별새벽집회’도 미루기로 했다. 신자들의 교회 출입도 제한한다.
명성교회 사례가 알려지면서 개신교계 대형 교회들도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모여 예배를 보는 것 자체가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확진자 8명이 나온 부산 온천교회도 1박 2일 수련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대형 교회 중 명성교회 외에 주일 예배를 취소한 곳은 신도 6만명 규모의 서울 압구정동 소망교회 정도다. 주일 예배 헌금이 주요 수입원이라 교회들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천주교와 불교계는 일체 모임을 중단시켰다. 명동대성당이 포함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미사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교구 소속 본당은 232개, 신자는 2018년 말 기준 152만여명에 이른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담화문을 통해 “마음 아프지만 신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 생각해 결정했음을 헤아려주시기 바란다”며 “방역 당국자들과 일선 의료진의 형언할 수 없는 수고와 그 가족들의 희생에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마산교구도 미사 중단을 선언, 한국 천주교 16개 교구 중 미사를 중단한 곳은 제주 원주를 제외한 14곳이 됐다. 성당 수로는 전국 1,700여곳 중 1,660여곳(95%)이다.
앞서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23일 전국 사찰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초하루 법회를 취소하는 등 일체의 종교 행사를 중단시켰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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