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메르스 땐 아파트값 상승 
 거래량도 크게 늘어 최대치 경신 
 규제 완화 정책이 공포감 이긴 탓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뉴스

“집주인들이 집을 보여 줘야 팔든가 할 텐데 방문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문만 열었지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K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12ㆍ16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거래가 위축된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악재로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감염자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매수ㆍ매도자 모두 자취를 감추고 거래가 끊겼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면 거래’가 불가피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전례 없는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경우 감염병 같은 외부 변수보다 결국엔 정부 정책에 따라 시장이 흘러갈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감염병보다 정책이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례 때문이다.

25일 부동산114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메르스 유행기였던 2015년 5월부터 12월까지 전국 부동산 동향을 짚어 보면 당시 주택 매매가격과 분양시장엔 메르스 유행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한국감정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매월 0.21~0.53%까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서울은 같은 기간 0.42~0.76%까지 상승했다.

특히 5월부터 6월 중순까지는 메르스 확진자가 단기간 100명 이상으로 늘어나며 우려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이때에도 전국 아파트값은 5월 0.48%에서 6월 0.53%로 상승폭이 외려 확대됐다. 서울도 같은 기간 0.60%에서 0.68%로 상승폭을 넓혔다.

심지어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메르스 사태가 정점이던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1,115건으로 6월 거래량으로는 처음 1만 건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6만5,91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부동산114의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5월 931만원이었지만, 8월 948만원, 12월 966만원까지 올랐다. 분양물량은 5월 4만9,00여 가구에서 6월 3만9,000여 가구로 줄었지만 7월엔 5만2,000여 가구를 기록했다. 분양물량은 비수기인 8월을 지나선 9~11월 3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늘었다.

문제는 당시 부동산 시장이 ‘정부 주도’의 특수한 환경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에는 금융과 청약, 공급, 재건축 등을 망라한 규제 완화 정책이 쏟아졌다. 부동산 114 관계자는 “2015년 5월부터는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대세 상승기에 진입하던 시점”이라며 “결과적으로 질병보다는 정부 정책이나 저금리의 시장 환경이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스가 확산됐던 2003년에는 아파트 매매가격 관련 통계 체계가 구축되기 이전이어서 정확한 변동률을 확인할 수 없지만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을 보면 이 기간에도 집값은 상승했다. 사스가 창궐했던 2003년 3월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514만원이었는데, 6월 534만원, 12월 577만원까지 올랐다.

이런 까닭에 코로나19보다 여전히 12ㆍ16 대책의 여파가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디드투자자문 대표는 “현재는 각종 규제로 이미 거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신종 코로나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수요가 묶여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된다면 주택 시장도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매수심리는 실물경기에 좌우되는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된다면 이미 규제로 조정기에 들어간 주택 시장도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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