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中 유학생 입국, 뒤숭숭한 대학가
“이번엔 아예 중국 학생들은 안 받기로 했어요.”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고시원 사장은 “방이 비어 큰 일”이라면서도 이 같이 말했다. 개강이 2주 가량 남았지만 이 고시원의 방 24개 중 절반은 아직도 입주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중국인 유학생이 채웠을 방이다. 고시원 사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한국 학생들이 걱정하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인 유학생 입국이 본격화하며 대학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뒤숭숭하다. 정부와 대학들은 중국인 유학생 관리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학생과 지역 주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졸지에 관리 대상이 된 중국인 유학생들도 씁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국내 대학에 등록한 중국인 대학ㆍ대학원생은 7만979명에 이른다. 이중 미입국자가 3만8,000여 명인데, 이달 말까지 1만여 명이 국내에 들어온다.
하지만 각 대학들은 인력 및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중국인 유학생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기숙사 입소 예정 유학생을 맞으러 간 경희대 직원들도 그랬다. 당초 80명 이상 입국한다고 했는데 정작 공항에는 15명밖에 없었다. 직원들은 혹시라도 더 올지 몰라 하루 종일 공항에서 서성였다. 이 대학 관계자는 “갑자기 안 오는 경우가 늘고 있어 정확하게 몇 명이 입국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모든 중국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숙사를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도 걱정이다. 고려대의 경우 기숙사 신청자가 18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공항에서 각자 본인의 숙소로 이동하고, 2주간 격리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대학들은 이들의 건강 상태를 매일 전화나 메신저로 확인한다고 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고려대 관계자는 “500명 정도가 현재 입국 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중국어가 가능한 세 명의 직원이 매일 연락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역부족이다 보니 한국 학생들은 중국인 유학생 존재 자체에 공포를 느낄 정도다. 고려대 한국사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2)씨는 “미세먼지에 신종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중국인 유학생에게 부정적인 마음이 생긴 게 사실”이라며 “친구들끼리는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양꼬치나 훠궈 식당도 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와 대학들의 유학생 관리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자가 격리를 충실히 이행해 건강에 이상이 없는 중국인 학생들이 괜한 피해를 받기도 한다. 9일째 자가 격리 중인 중국인 유학생 A(27)씨는 “식재료도 택배로 받을 정도로 자가 격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데 중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눈치를 보고 있다”며 “5일 뒤 자가 격리를 끝내도 과연 자유롭게 캠퍼스를 돌아다닐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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