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회담서 논의… 방위비 관련 양국 입장 차 재확인
양국 훈련 축소·연기 협의 중… 우리 군은 아예 취소까지 고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상반기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에스퍼 장관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연습 실시 여부에 대한 질문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신종 코로나에 관한 우려로 인해 연합지휘소 훈련을 축소하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미 연합방위 태세가 공고히 유지되고 한미 동맹이 유지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군 당국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운영하는 지휘소연습(CPX) 형태로 진행되는 연합연습을 다음달 9~19일 진행할 계획이었다.
박 의장과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최근 만나 연합연습 시행 방식을 두고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위기 경보가 이달 23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 됐고 주한미군에도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우리 군은 연습 취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미군 측과 연습 축소냐, 연기냐를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장과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번 주 중 결론을 내린 뒤 양국 국방장관에게 보고하고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연습이 조정되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습은 지난해 하반기 연합연습에서 검증한 기본운용능력(IOC)의 미비점을 재점검하는 수준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군 내부 평가다. 한미 군당국은 올해 4월까지 협의해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조건을 정하고, 올해 하반기 연합연습에서 FOC를 평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정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 입장 차를 재확인했다. 에스퍼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공동방위 비용 문제가 미국 납세자에게 불균형적이어선 안 된다”면서 “더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을 ‘글로벌 경제 강국’이라고 부르며 “한국은 방위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정 장관은 “기본적으로 예년(8.2%)보다는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염두에 두고 협상 중”이라며 “미국이 요구하는 대폭 인상과는 아직 분명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주한미군이 오는 4월 1일부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통보하며 압박을 가하는 것과 관련해 “주한미군 운용 유지 예산이 있다면 지원하고, 안 되면 지난해 수준으로 편성된 분담금 예산 중에서 인건비를 먼저 타결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4월 전 SMA 협상 타결이 불발될 경우 투 트랙으로 접근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방위비 협상 상황과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 간 가장 큰 입장 차이는 총액 부분”이라며 “미국 측은 ‘다 이해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분담금 자체를 많이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인식 차를 좁혀 가고 있다”고 전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