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 ‘밀알사랑의 집’, 예천 장애인거주 ‘극락마을’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모여있는 시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이들이 집단적으로 몰려있는 이들 시설이 청도 대남병원에 이어 지역확산의 새로운 거점으로 등장했다.
25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칠곡군 가산면 ‘밀알사랑의 집’에서 생활중인 A(46) 씨 등 22명이 신종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난 23일 A씨에 이어 종사자와 수용인 모두 검사한 결과 입소자 11명, 종사자 5명, 근로장애인 5명 모두 21명이 이날 추가로 확진됐다.
칠곡군은 A씨와 같은 방을 사용하는 B씨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 모친이 신천지 대구교회 신자로, 지난 19일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B씨는 설을 쇠려고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대구 동구의 자택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냈다. B씨가 시설에 복귀한 날부터 차례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경북 예천군 장애인 거주시설인 ‘극락마을’에서도 간호사 C(37)씨가 이날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간호사는 집안 제사를 위해 지난 14, 15일 대구 시댁을 방문했고, 당시 신천지 신자인 시어머니와 밀접하게 접촉했다. 시어머니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시간상으로 C씨가 시댁 방문 때 감염됐다면, 그 사이에 극락마을 직원과 거주자 등도 감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예천군은 25일 직원과 거주자 전원을 대상으로 발열검사를 실시, 열이 있는 2명을 격리하고, 경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극락마을에는 거주자 52명과 직원 등 종사자 31명으로 모두 83명이나 된다.
C씨는 대구에 다녀온 며칠 뒤인 18일부터 발열 증세를 보여 22일 상주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를 한 뒤 24일 오후 10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집단감염 배경에는 “설마 우리가” 하는 안이한 자세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이 시설들은 지난 18일 대구에서 첫 번째인 31번 확진자 발표 이후에도 신천지 신자나 접촉자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았다.
밀알 측은 신천지 신자로 B씨 모친이 19일 확진됐지만 방치하다 이틀 뒤인 21일에야 B씨를 자가격리해 뒷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극락마을 간호사 C씨도 신천지 신자인 시어머니를 만나고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 18일 신천지 신자 확진 발표가 나오고, 발열증상을 보였음에도 19∼21일 오전까지 정상근무했다. 그 사이 상주시내 병ㆍ의원과 마트,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활보했다.
경북도는 이날 “요양시설이나 장애인 보호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의 방역과 소독을 대폭 강화하고 총괄관리팀을 만들어 빈틈없이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설장애 환자들은 여러 병을 갖고 있고 아프더라도 얘기하기 어려운데다 함께 있어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럴 경우 중증환자는 병원 이송, 경증 환자는 코호팅 관리하고 1차적으로 전원 폐렴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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