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전남 해남군청에서 기획실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김정수(63)씨. 은퇴 후 이렇다 할 일거리가 없이 무료한 나들을 보내고 있던 그였지만, 1년 전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해남군이 조직한 ‘구석구석 관광사진단’에 들어 사진 찍는 ‘일’을 가지면서다. “사진단 활동 덕에 열정 넘치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김씨는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씨에게 주어진 일은 일주일에 두 번, 주요 관광지와 지역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 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경관,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모습을 촬영해 군청에 넘기는 일이다. 채택된 사진들은 군 홈페이지에도 걸리고, 관광 홍보자료 제작에도 쓰인다. 김씨와 사진단 활동을 하고 있는 A씨는 “취미 생활로 사진을 찍을 때와는 달리 책임감을 느낀다”며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수입도 올린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들은 주 2일씩 ‘출사’를 나가 월 70만원 가량을 받는다.
해남군의 이 사업은 ‘20×2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연령별, 계층별, 분야별로 특화된 사업 20개를 만들어 20명씩 고용, 총 400개의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중년 경력활용 지역서비스 일자리’는 김씨처럼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신중년층’을 겨냥한 사업이다. 다양한 경험과 재능을 가진 은퇴자들이 지역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부심은 물론 애향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군 관계자는 “‘100세 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으로 성과를 올린 군은 여세를 몰아 ‘까치영상단’을 조직하고 있다. 날로 늘고 있는 동영상 수요에 맞춰 동영상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그룹이다. 관련 소질을 가진 50~70세의 군민들로 구성될 예정이며, 까치영상단은 홀로 사는 어르신, 요양시설, 장애인 가정 등을 직접 방문해 안부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맡게 된다. 군 관계자는 “제작 동영상은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라며 “출향민들이 고향을 한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올해 ‘20×20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취ㆍ창업 지원 등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들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지역 최초 문화콘텐츠 양성을 목표로 한 예비사회적기업의 활동으로 군이 문화관광지로 주목을 끈 바 있다. 창작작품 제작ㆍ공연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문화기업 JW코퍼레이션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청년문화기획자 발굴과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은 군이 가진 다양한 자연, 문화 환경들과 맞물리면서 선순환 효과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업법인 연호가 주민들의 힘을 한데 모아 보리축제를 개최했고, 여기서 청년형 예비마을기업, 남쪽창고협동조합은 농수산물을, 해남햇살영농조합법인은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김치소를 판매해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일자리 창출이 판로개척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일자리의 지속성도 담보하는 모양새다.
군은 이 같은 선순환 효과를 내는 사회적 경제기업 육성을 위해 사업개발비와 인건비, 시설비 등 재정지원, 교육ㆍ컨설팅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실정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 지원하는 20×20 프로젝트에는 총 6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민간기업 취업 연계, 교육훈련, 직접고용 일자리 사업 등을 목표로 연중 실시된다. 또 이 같은 사업을 자체 평가하고 홍보하기 위해 오는 4월 해남읍 군민광장에서 청년스타 유튜버 양성 등 대규모 구인구직 취업박람회인 ‘잡짭(雜JOB) 페스티벌’도 가질 예정이다.
명현관 군수는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지역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청년들의 정착으로 이어져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며 “다양한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창출로 군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남=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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