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쇄” 불안감 속 전문가들 “더 많은 예산 지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 극심한 마스크, 생필품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대구지역 유증상자 전부에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등 방역과 관련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지만, ‘자칫 생필품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역 주민의 1차적인 불안감은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구처럼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역은 ‘특별 재난지역’등으로 선포하고, 정부 주도하에 예산을 집중해 마스크와 생필품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스크 구하기 ‘아비규환’
24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동, 서구 비산동, 경산시 등의 대형마트 앞에는 오전 8시부터 시민들이 몰렸다. 개점은 오전 10시부터였지만 마스크를 사기 위해 대부분 시민이 일찌감치 모여든 것이다.
만촌동 이마트에 들린 최경환(31)씨는 “최근 회사 지시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며 “일찍 마스크를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 내일 다시 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에 마스크 공급이 아예 끊긴 것은 아니다. 실제 이마트는 식약처와 협력해 221만장의 마스크를 대구권에 공급했다. 이마트는 24일부터 3일간 경산, 감삼, 만촌, 반야월, 성서, 월배, 칠성점 등 8개 점포에서 공급된 마스크를 판매 중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이 대거 사재기에 나서면서 뒤늦게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또 이마트 매장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오히려 감염병 확산 등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롯데마트도 대구 지역 점포를 비롯해 전국 124개 점포에 점포당 최대 1,000장의 마스크를 입고시켰으나, 오전에 모두 동이 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1인당 구매 수를 제한하기도 했으나 개점 1∼2시간 만에 대부분의 점포에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대구에 지원 집중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대책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 시민 김모씨는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대구 지역이 봉쇄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대구 지역만이라도 마스크와 생필품을 넉넉하게 공급해 준다면 사재기 등 과잉 대응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구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정책적 노력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국내 마스크 생산량 절반 정도는 공적인 유통망을 통해서 실수요자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도 예비비 등 필요한 예산을 대구지역 등에 집중 투입해 마스크 품귀 현상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방역 목적으로 편성된 예비비는 상황에 따라 특정 지역에 더 집행할 수 있다”며 “마스크 부족 현상이 더 심한 지역에는 관련 예산이 더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구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구에 세제혜택과 재정지원을 더 할 수 있도록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구 등 취약지역에 생필품 등을 우선적으로 공급해 시민의 불안을 달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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