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올림픽 티켓을 따낸 한국 여자 농구가 사령탑 선임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올린 이문규 감독의 불신임 의견을 받아들여 새 사령탑으로 2020 도쿄올림픽을 치르기로 23일 최종 확정했다. 도쿄올림픽까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협회는 이번 주중으로 감독 공모를 알릴 계획이며, 올림픽 예비 엔트리 마감 시한 전인 다음달 중순까지 사령탑을 선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전 감독은 이달 초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본선 출전권을 가져왔지만 혹사 논란, 소통 부재 등으로 잡음을 일으켰다.
지금부터라도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프로 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게 낫다는 농구계 의견이다. 올림픽은 오는 7월에 막을 올려 여자프로농구 시즌과 겹치지 않는다. 늘 예산이 부족한 협회 입장에서도 프로 팀 감독을 선임하면 소속팀에서 대표팀을 지원할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
이상적인 그림은 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룬 위성우 감독 또는 지난 시즌 청주 KB스타즈의 첫 우승을 이끈 안덕수 감독이 대표팀을 이끄는 것이지만 당사자들은 손사래를 친다. 둘은 최근 농담으로 “올해 우승 팀이 감독하면 되겠다”며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던 위 감독은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며 줄곧 대표팀 감독 자리를 거절해왔다. 위 감독보다 지도자 경력이 적은 안 감독은 “사령탑 말고 다른 자리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다 돕겠다”며 선배 지도자를 추천했다.
올림픽 무대는 누구에게나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크다. 둘은 또한 경기력향상위원으로 이문규 감독의 불신임 결정에 동의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쳐낸 전임 감독 자리에 대신 들어가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따라서 위 감독과 안 감독이 자발적으로 감독 공모에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
다른 후보로는 지난 감독 공모에 지원했다가 이문규 감독에게 밀렸던 임달식 전 신한은행 감독, 신기성 SPOTV 해설위원 등이 거론된다. 과거 신한은행의 6연패를 이룩했던 임 전 감독은 대표팀과 리그에서 지도력을 발휘했지만 긴 공백기가 걸린다. 그는 2014년 4월 신한은행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신 위원은 지난 시즌까지 신한은행을 지휘했지만 감독으로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경질됐다. 이문규 감독도 다시 지원할 수 있지만 불신임을 받은 상황에서 선택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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