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광훈 목사 주도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 대구에서 온 참가자들이 깃발을 들고 있다. 김현종 기자

성경에서 전염병은 하나님의 경고, 심판으로 묘사된다. 다윗이 이스라엘의 인구를 조사하며 교만함을 드러내자 3일 동안 전염병이 돌아 7만명이 죽었다는 기록,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우상을 숭배하고 혼음했을 때 염병이 돌아 2만4,000명이 사망했다는 기록 등을 구약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믿음이 약해졌을 때나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교도에게, 전염병은 신이 내리는 처벌이라는 인식이다. 사람의 힘으로 대처할 수 없는 질병에 대해 해법은 결국 신앙을 돈독히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 인구의 40%를 사망케 한 페스트(흑사병)가 유럽을 휘저었을 때도 사람들은 종교적 원인을 찾았다. 교회의 타락, 기독교 국가들 사이의 전쟁, 십자군전쟁에서 이슬람을 몰아내지 못한 것 등이다. 그러다 찾아낸 만만한 타깃이 유대인이다. 기독교인에 비해 감염률이 낮다는 이유로 지목돼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과 함께 집단학살이 시작됐다. 1349년 독일 바젤에서 3,000명 규모의 유대인 커뮤니티가 불타 사라진 것과 같은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유대인의 낮은 감염률은 자주 손을 씻고 사망하면 신속히 매장하는 율법 덕분이었을 뿐이다.

□ 중국에서 발발한 코로나19에 대해 몇몇 대형 교회 목사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교회를 탄압해 하나님이 시진핑을 때리고 중국을 때리는 것”이라는 설교를 했다. 신천지교회가 국내 집단 감염의 진원지로 드러난 뒤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은 “신천지가 급성장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고 했다. 과학적 지식과 의술로 무장한 21세기에 여전히 심판론과 악귀 소행이 언급된다니 놀랍다. 갈등과 배척의 언어로 교회의 세를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씁쓸할 뿐이다.

□ 이에 그치지 않고 종교 지도자들이 방역 당국과 의료진의 권고를 무시하며 신도를 부추기는 것은 위험한 수준이다. 전광훈 목사는 서울시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22, 23일 광화문광장에서 정권퇴진 집회를 강행하고는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있느냐. 다음주에 다 예배에 오라. 주님이 고쳐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신천지 측도 방역 당국에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신천지 성도들이 최대 피해자”라며 교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종교는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단 과학을 무시하고 신의 뜻을 휘두르는 식은 아니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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