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우한총영사관의 정다운 영사(맨 오른쪽)가 태극기가 새겨진 노란 조끼를 입고 중국 우한 톈허국제공항에서 전세기 탑승을 기다리는 교민들을 살펴보고 있다. 우한 교민 제공. 연합뉴스

작년 말 중국에서 코로나19 발병 후 우한 거주 우리 국민들을 국내 이송시키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1월 9일 중국 내 첫 사망자가 나온 지 불과 18일 만에 사망자는 100명을 돌파했다. 확진자 역시 1월 26일에 1,000명을 돌파하더니 닷새 만에 1만명을 돌파했다. 바이러스의 물결 속에 정부는 임시항공편으로 700여명의 국민들을 국내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공무원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국민 안전을 위해 위험을 마다 않은 공직자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우한 상황이 가닥을 잡아가는 지금, 우리 재외국민보호 대응에 보완할 곳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긴급상황에 현지 공관장 공석은 납득하기 어렵다. 주우한 총영사는 작년 11월 이후 공석이었다. 신임 총영사 발표는 2월 19일이었다. 위기 전개 속에 현장 지휘관은 없었다. 외교부는 부총영사가 공관장 대행을 하니 문제없다며 총영사 임명은 정기인사 때 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공관 근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공관장과 대행 간에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을 알 것이다. 게다가 몇 달간 사태가 지속되면서 국민들을 국내 공수까지 하는데, 대행 체제 유지가 최선이었는지 의문이다. 정기인사가 불가피했다면 주중대사관이나 외교부 본부 간부 중 한 명을 우한에 상주시키면서 임시총영사로서 진두지휘케 할 수도 있었다.

둘째, 실무직원 역시 보강이 필요했다. 대한민국 재외공관들은 의외로 인력 규모가 작다. 사태 발생 시 현지에는 영사 5명, 행정직원 4명이 있었다. 주우한 총영사관 관할 면적은 약 73만㎢로, 남한 면적의 7배가 넘는다. 우한 인구만 1,100만명이다. 각지에 흩어진 국민들을 모아 대피시키는 과정에 일손이 달렸을 것이다. 이 경우 임시 추가 인력 파견은 고려할 수 없었을까? 이미 그런 목적으로 운용하라고 외교부 내에 신속대응팀도 있으니 실제 이 조직을 가동하여 현지에 임시 상주시킬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다.

셋째, 우리 외교인력의 훈련과 운용에 대해 근본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이번에 주우한 총영사에 임명된 강승석 전 다롄출장소장은 원래 중국어 전공이고, 중국어 연수도 한데다, 영사 경험도 풍부하다. 그러나 그는 작년에 퇴임했다. 외교부에서 퇴임 직원 재기용은 흔한 일이 아니다. 외교부에서는 “현직, 퇴직을 구분하지 않고 외교인력을 적재적소에 임명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가 전문인력 양성에 매년 수십억원을 들이고 있고, 현직자 중에 중국 및 영사 업무 경험자가 수두룩한데 최적임자가 왜 하필 퇴직자 중에 나오나? 그렇게 예산을 들이고도 우한 총영사직을 감당할 사람이 없다면 현재의 인력개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더욱이 만약 우한이 위험해서 현직자들이 기피한 결과 그 ‘쓴잔’이 퇴직자에게 간 것이라면 더 큰 문제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국민 보호가 주요 직무인 외교관들이 자신의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외교부의 기초적인 조직 기강이 문제시될 수도 있다.

상기 세 가지 사항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유연성이다. 현장 지휘관의 적시 임명, 실무인력 보강, 실제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 양성과 운용은 모두 현실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한 조직만이 해낼 수 있는 과제들이다. 현실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조직의 수장이 자기 책임하에,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런 인력 운용을 뒷받침할 인재개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우한발 바이러스 사태 대응에 진력한 외교관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한편, 진한 아쉬움을 느끼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우리 재외국민보호 대응 체계가 유연성을 높여 가기를 기대해 본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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