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명 중 30명 집단 격리 “물, 식사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현지 상황 모른 채 또 다른 신혼부부 20명도 도착 예정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신혼부부 17쌍이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뒤 현지에서 격리 조치됐다. 이 가운데는 임신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현지 한국인 신혼부부 등에 따르면 모두 34명인 17쌍의 신혼부부가 모리셔스 공항에서 입국 거부를 당했고, 차량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격리돼 있다. 부산 등지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지난 22일 오후 11시쯤 인천공항을 출발해 두바이를 거쳐 현지에 도착했다가 입국 거부와 함께 여권 등을 모두 압수당했다.
이들 중 30명은 공항에서 모리셔스 정부 관계자와 공항을 나와 30명은 승합차 3대에 나눠 타고 이동했고, 임신부가 포함된 4명은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 격리된 한 신혼부부는 전화 통화에서 “열 감지기로 체온을 측정한 결과 모두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입국도 출국도 시켜주지 않고 있고 있다”면서 “병원도 아닌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와서 모두들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유스호스텔 같은 시설에서 30명을 16명과 14명씩 각각 나눠 집단 수용돼 있다”면서 “체온이 높을 수 있는 임신부가 체온이 높게 나왔다는 이유로 임신부가 포함된 4명은 병원으로 이동해 격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리셔스 정부 측이 입국이 거부된 신혼부부들에게 한국행 비행기편으로 귀국시켜 줄 것처럼 말했다가 지금은 2주 동안 격리한 다음에 보내겠다고 말했다”면서 “에어컨이 없는데다 창문에 방충망도 없어 방문을 열면 벌레, 두꺼비, 도마뱀 등이 안으로 마구 들어온다”고 말했다. 또 제대로 된 식사와 물 등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리셔스 정부와 한국 정부 당국의 신속한 조치 등을 요구하면서 한국 영사 협력관 등과 접촉을 자체적으로 진행, 현지에서 만난 교민인 영사 협력관으로부터 마스크를 지급받았고, 컵라면과 수건 등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모른 채 이날 오전 중 또 다른 한국인 신혼부부 20명 가량이 현지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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