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시대를 연 한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15년째 국민소득 3만달러 구간에 머물러 있는 이탈리아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이탈리아는 지난 2005년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에 진입했음에도 여전히 4만달러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넘어서려면 이를 답습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래 2009년(-5.3%), 2012년(-3%), 2013년(-1.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이후에도 줄곧 0~1%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3만7,910달러에 달하던 국민소득은 최근 3만달러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이탈리아는 이 기간 복지 지출을 늘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2008년 25.1%에서 2017년 28.1%까지 확대했다. GDP 대비 현금성 복지지출 비중은 2015년 기준 2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처럼 정부의 복지지출이 확대됨에 따라 이탈리아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008년 106.1%에서 2018년 134.8%까지 급증했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비율은 유럽 국가 중 그리스에 이어 2위다.
이런 정책에도 이탈리아의 지니계수는 2008년 0.317에서 2016년 0.328로 악화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업률은 2008년 6.7%로 OECD 평균(5.9%)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18년에는 10.6%로 OECD 평균(5.3%)의 두 배가 됐다. 청년실업률은 2018년 기준 32.2%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다.
이 기간 인프라투자, 산업지원 등 경제ㆍ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 지출은 2008년 GDP 대비 4.0%에서 2017년에는 3.6%까지 줄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정부부채 증가 심화를 우려하며 이탈리아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기존 0.7%에서 유럽 최저치인 0.4%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아직 한국의 재정 건정성이 이탈리아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연금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금성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점이 이탈리아와 유사하다”며 “이탈리아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건실한 재정운영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경영환경 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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