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고딕 대성당인 '두오모'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급속도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주요 관광지들도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다. 밀라노=AP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사흘 전인 21일 오전(현지시간)만 해도 단 3명이었던 확진자 수가, 23일 1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와 북동부 베네토주 등에서 최근 며칠 사이 중국 등을 여행한 적 없는 확진자가 갑자기 속출하면서 지역 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ANSA통신 및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 확진 환자는 전날 보고된 76명에서 하루 새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32명으로 늘어났다. 롬바르디아주에서만 확진자가 54명에서 89명으로 늘었고, 베네토주에서도 24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에밀리아로마냐·피에몬테·라치오주 등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대규모 신규 확진 사례가 집중된 롬바르디아와 베네토주 두 지역은 이탈리아 전체 경제의 약 30%를 담당하는 지역이다.

갑작스러운 확진자 증가도 우려스럽지만, 특히 정확한 감염원을 모르는 확진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안젤로 보렐리 이탈리아 시민보호청장은 이날 “보건 당국은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첫 보유자를 찾지 못했다”라면서 “0번 환자(최초 전파자)를 파악하지 못한 만큼 새 확진자들이 어디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롬바르디아주의 경우 역학조사 결과 밀라노에서 남동쪽으로 약 70㎞ 떨어진 마을 코도뇨에 거주한 38세 남성이 최초 확진자이자 이른바 ‘슈퍼 전파자’인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남성이 지난 19일 폐렴 증세로 코도뇨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롬바르디아주에서 쏟아져 나온 거의 모든 감염자가 해당 병원을 거쳐 감염됐다는 것이다. 다만 애초 이 남성이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탈리아에선 이미 신종 코로나 감염자 가운데 사망 사례도 2건 보고됐다. 롬바르디아주에 거주하는 77세 여성이 지난 20일 사망한 데 이어 21일에는 베네토주의 78세 남성이 숨졌다. 이들의 사망 원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현지에서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치명적 위해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차원의 조처도 강화되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 비상 내각회의를 열고 확진자가 급증하는 롬바르디아·베네토주 내 일부 지역 주민의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 이탈리아 최대 축제인 ‘베네치아 카니발’은 잠정 중단될 예정이며, 이날 밀라노 등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아A 세 경기도 전격 취소됐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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