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23일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온종일 ‘좋음’ 수준을 나타냈다. 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 하늘이 모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공기도 깨끗했지만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한풀 꺾인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줄어드는 듯 했다. ‘KF94’와 같은 고성능 마스크가 바이러스 보다는 미세먼지와 황사 차단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게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18일 신천지 신도 등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다시 마스크로 얼굴을 싸맸다. 31번부터 602번까지, 불과 며칠 새 57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불안 심리를 극대화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감염 경로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5차 감염 사례까지 확인된 이상 스스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23일 오후 기준 8,057명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확진자 수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란 하늘과 마스크’는 틀렸지만 현실이 됐다. 마스크를 쓴 사람의 배경이 항상 뿌연 회색 하늘이던 보도사진의 공식도 불과 몇 주 만에 낯설다. 설상가상으로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과 마스크 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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