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 “대구폐렴 아니다…대구시민에 상처주지 마라” 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공포로 ‘대구 봉쇄론’이 고개를 들면서 대구가 반발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3일 “대구시민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뒤 맞은 첫 주말이던 22일 오후 7시 대구 동성로. 인적과 차량 이동이 뚝 끊기다시피 하면서 이 일대는 텅 비었다. 공포에 휩싸인 시민 대부분은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셀프 자가격리’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마스크를 한 일부 가게 상인들만 눈에 띄었다. 평소라면 발 디딜 틈이 없는 시간이다. 왁자지껄하던 수성구 들안길 음식거리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
대신 약국과 생활 용품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줄이다. 점포들은 1인당 구입한도를 3개로 제한했지만, 이마저도 손에 쥐지 못하는 시민들이 수두룩했다. 대구시는 타 시도로부터 마스크, 손소독제 등을 지원받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교회 등 종교계도 자체적으로 일요예배 등 종교행사를 중단하면서 대구는 더욱 썰렁한 일요일을 보냈다. 대구 북구 원대동 한 교회에 다니는 남모(31)씨는 “다음달 초까지 일요예배 등 교회 행사가 취소됐다”며 “당분간 유튜브로 예배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시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대구 봉쇄론’과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2일 국토교통부에 ‘대구~제주 간 항공기 운항 일시 중단’을 공식 요청하면서 불을 당겼다.
전북 전주에 본부를 둔 국민연금공단도 대구 출장은 물론 주말 귀향 금지령을 내렸다. 연금공단은 대구 여행을 다녀온 뒤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은 한 보험사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다. 강원 원주에 본부를 둔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직원들의 대구 방문을 막으면서 부친이 암 수술을 앞둔 한 직원이 애를 태우기도 했다.
대전의 한 공기업에서 일하는 최모(29)씨는 “주말마다 대구 집으로 가는데 동료들이 만류했다”며 “대구 사람을 확진자로 싸잡아 취급할 때마다 불쾌하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에서 일하는 김모(34)씨는 “사람들이 고향 대구를 마치 중국 우한처럼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참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 봉쇄론을 촉발한 원희룡 지사는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다치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대구-제주도 항공기 운항 중단 요청을 철회했지만 성난 민심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도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행정안전부 합동으로 보도자료 제목에 ‘대구코로나’라는 표현을 쓰면서 같은 논란을 부추겼다. 정부는 “제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이 실수로 나갔다”며 “상처받은 대구 시민과 국민께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폐렴, 대구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19”라며 “대구의 아픔과 국민의 어려움을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거나 정쟁 도구로 삼는 행위는 자제하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대구=글ㆍ사진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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