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대로 부품 공급 중단을 겪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의 지난 6일 모습. 울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중국ㆍ일본 등 특정 국가 중심의 부품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은 그간 여러 국가가 얽힌 제조업의 국제 가치사슬(GVC)에 적극 참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반도체부품 공급 중단에 이어 코로나발 중국 부품 공급 차질까지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GVC의 재편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경제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무역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사태로 다시 보는 대(對) 아세안 공급사슬’ 보고서에서 “중국 중심의 공급사슬을 대체할 새 분업지역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중심의 공급사슬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고 세계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각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코로나 사태의 주요국 경제 영향과 시사점’보고서에서 비슷한 취지로 공급망 다변화를 강조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우려가 불식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의 분업구조 자체가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국제 생산망 자체를 다변화하고 공급망 유연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업 지역의 다변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지나친 대중 무역 의존도가 한국 경제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2015년 기준 중간재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이른다.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도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역시 전체 수입의 20%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별 중간재 수입액. 강준구 기자

국제 공급사슬은 원자재 혹은 중간재가 국경을 넘어 최종재로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중간재 수출입을 통해 생산 효율성이 증대되지만 그만큼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통상마찰에 이어 코로나19의 확산이 한국 경제를 흔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을 대체할 분업 지역으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가 거론된다. 김정한 연구위원은 “공급사슬 측면에서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경제적 연대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밀접한 상황”이라며 아세안 지역이 새 분업 대상으로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KIEP는 인도를 지목했다. 인도 역시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현지 생산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KIEP는 “한국의 인도 투자기업이 원료의약품ㆍ전자부품 제조 공장 등을 이전하면서 이를 인도 정부와의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중국이 코로나 확산을 잠재우면 경제도 급격히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존 공급망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 사태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의 공급망 다변화는 불가피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의 제조업 기술이 발달하면서 중간재 자급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중 수출 전략을 소비재와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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