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순례에 다녀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확진자들의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다. 이들이 현지에 있을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이 코로나19 ‘청정국’이었던 데다 확진자들이 신천지와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출국 전 이상 증세가 없었다는 점에서 출국 전 감염됐다 잠복기를 거쳐 입국 후 증상이 시작됐는지 이스라엘에서 감염됐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23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여한 39명 가운데 서울 거주 가이드 1명을 포함해 18명이 21일과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이드를 제외한 38명이 경북 북부지역 주민이고, 모두 안동교구 소속 성당 6곳의 천주교 신자다. 지역별로 의성 9명, 안동 5명, 영주 1명, 영덕 1명, 예천(의성 거주) 1명이다. 보건당국 조사 결과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은 176명으로 경북도는 이들에 대해 자가격리 후 검사를 의뢰했다.
문제는 확진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정확한 원인 파악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성조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은 아직 감염자가 없는 걸로 파악됐는데, 그쪽에서 감염됐는지 비행기나 공항에서 감염됐는지 한국에 와서인지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이스라엘은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노출된 이후 여행하는 동안 확진자들이 상호교차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확한 감염경로는 심층적인 역학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단이 새로운 집단 감염사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천주교 내부에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천주교 안동교구 소속 41개 성당은 내달 13일까지 3주간 미사와 회합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도 내달 5일까지 미사와 모든 모임을 중단한다. 성지순례 가이드가 직원으로 있는 서울 가톨릭신문도 서울본사와 대구본사 등 2곳의 사무실을 폐쇄하고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 관련 투어를 진행하던 여행사들 역시 전면 취소 조치에 나섰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출국 전인 이스라엘 관련 여행 상품은 모두 취소하고 환불 조치를 위해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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