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경제기관ㆍIB, 한국 코로나 사태 악화에 성장률 전망치 줄줄이 하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과 수출 지원책은 물론,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에 대비한 종합 경제대책을 이달 말 내놓을 예정이다.
◇“사태 장기화 땐 0%대 성장도 가능”
23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기관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추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전망치를 2.1%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한국의 성장률을 2.1%로 예상했던 일본 노무라 증권도 지난주 전망치를 1.8%로 낮췄다. 노무라는 특히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GVCㆍGlobal Value Chain)이 6월말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한국의 성장률이 0.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도 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기존 2.1%에서 최소 0.8%포인트, 최대 1.7%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경우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0.4%에 그칠 거란 의미다.
이는 한국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율(2017년 기준)은 55%로, 독일(51%), 영국(50%). 일본(45%), 미국(44%) 등을 제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8개국 중 6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단기적인 소비 침체 못지 않게, 장기적인 생산망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태 종식 후 내수 경기는 비교적 빠르게 회복될 수 있지만, 자칫 중국의 생산시설 타격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 정상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1분기를 넘어 2분기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 추경 편성” 여야 한 목소리
특히 최근 중국의 성장률 전망이 크게 낮아지는 건, 한국 경제에 부담스런 대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사태가 2분기에 종식되는 것을 가정해 기존 6%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6%로 하향 조정했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사태 초반과 달리,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정부가 조속히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에 긴급 추경 편성을 공식 요청하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협조할 뜻을 밝혀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즉각 심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청와대, 정부도 이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긴급 추경 편성 여부를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도 제기하는 분위기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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