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행사도 ‘코로나 쇼크’
입구서 체온 재며 신원 확인, 전국 사찰도 모든 행사 취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주말 종교 행사를 찾는 신도들의 발걸음도 크게 줄었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천주교나 개신교에서도 대규모 인파를 동반하는 종교행사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명동성당 대성전은 평소보다 훨씬 한산했다. 휴일 11시 미사는 신도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이지만, 1,000여석 가운데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명동성당 측은 미사를 중단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성수와 성가책 없이 미사를 진행했다.
성당 입구에는 개인 성가책을 휴대하고 미사 후 사제와 악수를 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성당 관계자는 "예배 참석자가 평소보다 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면서 "신도들에게 집에서 기도하거나 선행하는 것으로 주일미사를 대신하는 방식을 안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형 교회에서는 건물 입구에 체온 측정기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는 이날 비접촉식 체온계를 이용해 모든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했다. 입구에 일렬로 늘어선 예배 참가자들은 체온을 재고 손 소독제로 손을 닦아낸 뒤에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비롯한 일부 교회에서는 혹시 모를 신천지 신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신원확인 검사까지 벌였다. 지난주 교회와 성당 신도 사이에서 신천지 교인들이 예배에 참석해 포교 활동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천지 본산이 위치한 경기 과천 일대 성당이나 교회의 경계령이 극심했다. 경기 과천의 한 교회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교인이 아닌 분들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간판이 등장했다. 교회 앞에서는 마스크를 쓴 관계자들이 예배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소속을 확인했다.
일부 교회는 아예 주일예배를 포기했다. 6번 확진자와 83번 확진자가 방문했던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는 이날 건물 전체가 통째로 잠겨 있었다. 입구에는 “주일예배는 영상으로 대체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교회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과천 신천지 교회에서 100m 거리의 별양동 성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신천지 신도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주말미사를 5번에서 2번으로 크게 줄였다.
불교계도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에 따라 전국 사찰에서 예정된 ‘초하루 법회’(24일)를 비롯, 모든 행사와 모임을 당분간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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