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위기 경보를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높이면서 정치권에서도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4ㆍ15 총선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법적으로는 대통령 결정에 따라 연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연기를 결정하기는 어려워, 사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총선 연기를 주장했다. 그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인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하고, 총선 연기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 연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현행 공직선거법 상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연기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대통령이다. 선거법 196조 1항은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할 수 없을 때는 대통령이 연기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본다면, 사태 추이에 따라 연기도 일단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총선 연기론에 신중한 입장이다. 국민적 동의를 끌어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정치적으로 왜곡된 해석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연기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본보 통화에서 “6ㆍ25전쟁 당시(1952년)에도 부산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며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정치권에서 먼저 총선 연기 이야기는 할 때가 아닌 거 같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헌정 사상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연기한 전례가 없다. 전국 단위는 아니지만,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10ㆍ28 재보궐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졌다. 선거 일정과 사무 전반을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도 총선 연기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연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선거법 상 대통령이기 때문에 선관위 차원에서 입장을 표명하거나 선제적인 준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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