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제주-대구 간 항공기 운항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23일 공식 철회했다. 도는 해당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던 전날까지도 신종 코로나 지역 내 유입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강행 의사를 밝혔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급선회했다.
도는 이날 신종 코로나 합동 브리핑에서 “대구-제주 항공노선 운항중단 건의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에 공식 철회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대구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다치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원 지사는 또 “제주도는 신종 코로나 확산 초기 중국인 무비자 입국에 대해 중단조치를 신속하게 단행한 결과 효과적으로 방역망을 구축했었다”며 “긴장상태에서 진행된 회의와 실무부서의 조치를 제가 미쳐 깊이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대구 시민에게 더한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제주도민과 함께 대구시민을 응원하며 이 어려움을 조속히 해결하는 데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도는 앞서 지난 21일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항공기를 통한 추가 감염이나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와 제주를 잇는 항공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하거나 운항을 최소화는 방안을 국토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는 지난 21일 도내에서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가 대구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도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책이다.
하지만 도의 대책 발표 후 사회관계망(SNS) 등에서 비난의 목소리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대구와 경북지역 주민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도 “기분 나빠서 글 남겨요. 대구시민들도 앞으로 제주도 안갈거예요”, “제주를 폐쇄하세요. 전국이 힘든데 같이 힘을 모을 생각을 하셔야지 답답하네요. 힘내자 대구! 힘내자 대한민국!” 등과 같이 비난성 글들을 게재했다. 또한 지역 내에서도 해당 대책이 실효성도 없는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오히려 제주 이미지만 나빠지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제기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대구폐렴, 대구코로나라는 말들이 대구시민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우리 모두 힘들고 두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구시민은 이웃의 아픔을 함께 했고 위로했으며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했지, 힐난하고 비난하지 않았다. 대구시장을 욕할지언정 대구시민은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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