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의 목표와 현 상황에 대해서 국내 감염관련 11개 의료계 학회가 모여 22일 기자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의 후유증(폐섬유화) 등에 대한 오해와 앞으로의 방역전략, 국민행동 요령에 대해 한번에 총 정리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와 접촉자를 신속하게 찾아내 격리하는 이제까지의 봉쇄식 방역전략이 불가능해졌다는 진단이 의료계로부터 나왔다. 대구지역 유행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의 전국적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즉 바이러스가 사회 곳곳으로 퍼져 ‘주의해야 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방식으로 확산을 막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의료계는 앞으로는 접촉자 역학조사와 격리에 헛힘을 쓰기보다는 의료기관의 역할을 나눠 중증환자의 사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국가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경증환자 치료는 보건소나 공공의료기관 몫으로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의료계는 또 이제는 정부만큼이나 국민의 자발적 노력이 중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하고, 발열이 있으면 집에서 4, 5일간 기다리다가 증세를 봐서 선별진료소나 의료기관을 찾아야 지역사회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확산 속도가 느려야 국내 의료기관들이 중증환자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확산 속도가 빨라 환자가 급증한다면 중국처럼 병원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중증환자를 치료하지 못하게 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봉쇄식 전략 불가능해져
대한감염학회 등 국내 11개 감염ㆍ역학 관련 학회가 함께한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는 22일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대책위원회는 감염병 경보단계를 심각단계로 격상해 봉쇄식 전략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학계가 바라보는 방향은 같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봉쇄식 전략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는데 학계는 더 빨리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은 “21일쯤부터 방역망 밖에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확진환자 추적을 통해 접촉자를 격리하는 방역전략은 가능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대구 ‘병실 부족’ 전국서 재현 전망
학계는 대구 상황이 다른 지역에서도 재현될 거라고 전망했다. 대구에선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음압병상이 부족해 일반 병실(1인실)에 확진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대학병원 등 지역 병원의 일부 병동을 비워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대책위는 정부 설명대로 현재 발생하는 확진환자는 대부분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미 전국으로 확진환자가 퍼져서 이들의 접촉자가 많이 발생했고 그들을 일시에 찾아내 격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환자가 전국에서 속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음압병상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의료기관의 역할 나누지 않는다면,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대학병원 등 상급병원들과 응급실이 포화상태에 달하리라는 우려가 크다.
백진휘 대한응급의학회 회장은 “응급실은 발열 또는 호흡기 환자를 선제 격리하는 동시에 기존의 (응급) 중증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어야 하는데 이미 차질이 나오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백 회장은 “대구에서 응급실이 폐쇄됐었는데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가 이미 벌어지고 있다”면서 “폐렴환자를 격리하고 나면 그 다음에 찾아오는 호흡기 환자를 받을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면 신종 코로나 환자뿐만 아니라 응급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음주부터 급증 우려
대책위는 다음주부터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제는 국민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경제활동 등 꼭 필요한 활동은 해야 하지만 불필요한 모임은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꺾일 때까지 자제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백경란 대책위 공동이사장은 “정말로 우려하는 상황은 다음주”라면서 “현재 발견된 환자들은 격리된 상태에서 찾은 접촉자가 아니라서 이분들의 접촉자가 굉장히 많을 텐데 (이들 가운데서) 다음주에 더 많은 환자가 진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경증환자는 자가격리 할 수도
환자가 급증할 경우 경증환자와 중증환자들을 지금처럼 똑같이 음압병실에 격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중증이어서 바이러스 전파력이 높고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는 대형병원의 음압병실에서 돌봐야 하지만 가벼운 증상인 경증환자들은 일반 병원 1인실, 또는 다인실 격리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증상이 경미한 환자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투여 없이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동현 회장은 “음압병실이 다 차면 병원에 있는 1인실로 이송하는 게 좋지만 병원들도 (신종 코로나가 아닌 환자의) 정상적 진료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환자가 많아진다면) 경증환자는 자가격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민의 불안을 감안하면 자가격리보다는 시설격리가 현실적 대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도 “경증환자에게 집에 가족과 함께 있으라면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라면서 “경증환자들은 병원 6인실에 코호트 격리하고, 공공병원 병상까지 다 차면 중국에서처럼 호텔 등을 징발해 환자를 격리하는 방안도 사용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원 징발 등의 조치까지 가능하려면 심각단계로 경보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것이 대책위의 의견이다.
◇지자체들 자구책 찾아야
지역사회 확산 단계부터는 중앙정부와 질병관리본부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구를 비롯해 지역사회 유행이 확인되는 지역은 피해 최소화 전략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역 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병상을 확보하는 한편 자가격리 체계를 든든히 하는 등의 노력이다. 김동현 회장은 “투 트랙(two track) 전략으로 대구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른 지역은 확산을 막는 전략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데 전국에서 환자가 나타나는 상황은 중앙정부나 질병관리본부의 대응능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도 질병관리본부의 즉각대응팀이 대구 전역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김동현 회장은 “지방 정부가 주도하는 방역체계를 단시간 내에 꾸려야 한다”라면서 “가용한 자원과 의료시설에 대한 걸 중앙정부에 기대지 말고 지방정부가 준비를 해야 한다”라면서 “골든타임이 3, 4일인지 일주일인지 모르겠는데 중앙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발열 나타나면 4, 5일 지켜보고 병원으로
대책위는 국민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는 확진환자의 접촉자를 찾아내 빠르게 격리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감염에 대비해 전국적인 확산 속도를 늦추는데 동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은화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표는 “모든 국민이 (대책위가 발표한) 예방수칙을 지켜야만 폭발적 환자의 증가를 예방할 수 있는 단계”라면서 “학교나 공공기관에서의 예방수칙의 준수가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신종 코로나와 감기, 독감의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난 경우에는 일반 감기약을 먹으면서 4, 5일간 외부활동을 하지 말고 집에서 경과를 관찰해 달라고 국민에게 권고했다. 증상이 심하거나 4, 5일 이후에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1339에 전화하거나 선별진료소 상담을 통해 의료기관 진료를 받으라는 권고다. 이를 위해 학교와 기업은 결석자나 결근자의 사정을 인정해야 하고 국가나 기업에서 이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야만 일반 감기환자나 독감환자, 신종 코로나 환자가 뒤섞여 병원을 찾으면서 응급실을 비롯한 병원의 진료능력이 마비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이다.
백경란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의 증상이 대개 1주일은 경미한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으로 진행하면서 증상이 심해진다”면서 “신종 코로나가 전국으로 확산했다고 해도 증상이 나타났을 때 확률적으로는 감기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백 이사장은 “감기라면 4, 5일 뒤에는 증상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증상이 좋아졌다면 안심하시면 되고, 증상이 심해지면 선별진료소를 찾아달라”라고 부탁했다. 백 이사장은 또 “독감은 초기부터 근육통이나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처럼 증상이 심하면 초기에라도 선별진료소를 찾아달라”라고 설명했다.
◇5가지 국민 행동요령 지켜달라
대책위는 이제는 정부보다 국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5가지 행동요령을 발표했다. ▲손 씻기와 기침예절 준수 ▲환경소독 ▲실내 환기 ▲모임 금지 ▲노령층 외출 금지 등 5가지다. 기모란 국립암셈터 대학원 교수는 “만성질환이 있거나 65세 이상 어르신은 감염에 취약하니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 출입을 삼가고 외출할 경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라고 권고했다. 환경소독의 경우, 침방울 등 비말이 튀어 오염된 환경을 소독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자체들이 거리 바닥에 소독약을 뿌리는 행위는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책상이나 문고리 등 사람의 손이 닿는 부분을 소독해야 무심코 바이러스를 만졌다가 얼굴을 만져 감염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야외 모임도 자제해야
대책위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면 실내 행사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열리는 집회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광화문에서 열려온 보수단체의 대중집회를 포함한 모든 야외 집회에서 신종 코로나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의학적 관점에서 당분간 야외 집회를 중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임의 성격은 상관이 없다”면서 “개방된 공간이면 실내보다 감염 위험은 낮지만 (대중이) 밀집해 있으니 기침이나 재채기로 인해 (침방울 등 바이러스가 담긴) 비말이 튀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집회에선 많은 사람의 접촉이 일어나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해 위험을 낮춰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최 교수는 “여러 사람이 접촉하는 행사나 모임은 이 상황(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이 지속되는 동안, 최소한 정점이 지나가는 동안은 제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폐섬유화 우려는 적어
바이러스가 변이해 치사율이 높아지거나, 폐를 섬유화시켜 후유증이 크게 남을 것이라는 온라인 공간의 의견에 대해 대책위는 그러한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먼저 신형식 교수는 “감염병 역사상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치사율이 높아진 사례는 없다”면서 “사람 간의 전파가 계속될수록 전파력은 더 높아지고 증상은 경미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번 감염돼 항체가 생겼던 사람이라도 재감염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증상이 경미할수록 항체가 생겨도 오래가지 않는다”면서 “경미하면 항체가 6개월 이내로 가고, 중증이면 1년에서 1년 반 정도 유지된다”라면서 “증상을 경미하게 앓았던 사람이면 올해 말에 신종 코로나가 다시 유행할 때 다시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소아 등 연령이 어리면 콧물 감기 인후통으로 끝나고 청장년은 콧물 감기에 인후통, 심하면 독감이 발생하는 한편, 장년은 인후통이나 독감 증상이 발생하고 심하면 폐렴으로 발전하고, 노령층은 콧물 증상이 미약하게 있다가 나중에 폐 손상이 심해지고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일반적인 증상을 설명했다.
최원석 교수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폐렴뿐만 아니라) 어떤 폐렴이든 심하게 발생하면 폐 손상이 발생하고 폐 섬유화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런데 그러한 정도로 진행하지 않은 양상이라면 폐 손상이 남아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정도로 진행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최원석 교수는 “신종 코로나를 접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생 후유증이 남을지는 환자들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다만 우리가 그 전에 경험해온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를 보면 아무리 약하게 앓아도 폐 손상이 남아서 오랫동안 약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로 보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소아 환자 적은 이유는
소아 환자 보고가 적은 이유에 대해서 최원화 교수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 유행 초반이어서 외국에 여행을 다녀오셨거나 사회 활동이 광범위한 인구 연령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소아는 (바이러스에) 노출 기회가 적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최원화 교수는 “감염된 아이들의 증상이 성인보다 경미하다고 보는 것은 바이러스의 증상은 바이러스 자체 특성과 환자의 면역력이 일으키는 염증 반응의 총합으로 이뤄지는데 소아는 면역력 정도가 성인보다 약하기 때문에 그 총합의 결과로서 경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대책위원회에는 대한감염학회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한국역학회가 참여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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