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18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0㎏(1일 167.3g)이다(통계청).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0년 132.4㎏에서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 30년간 50%가 넘게 감소하였다. 이처럼 급격한 쌀 소비량 감소는 1980년대 다국적 패스트푸드업체들이 한국에 진출하고 한국인의 식습관이 서구화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우리 청소년이 선호하는 식단은 밥 국 생선 나물 김치를 위주로 한 한식이 아니라 햄버거 닭튀김 스파게티 등 서구식 식단이다. 이로 인하여 한국인의 비만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5∼17세 남자 어린이의 비만 및 과체중 비율은 OECD 평균보다도 높다.
고지혈증ㆍ당뇨병ㆍ지방간 등을 가진 환자에게 밀가루 음식을 줄이라고 권고하였을 때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서구인은 매일 빵이나 스파게티와 같은 밀가루 음식을 주식으로 먹고 사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먹으면 안 되냐는 것이다.
서구인의 식단을 살펴보면 빵이 주식이라기보다는 샐러드ㆍ고기ㆍ생선ㆍ수프와 함께 먹게 된다. 따라서 빵을 먹더라도 단백질ㆍ식이섬유ㆍ비타민ㆍ미네랄 등의 영양 균형이 맞는 식사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이 식사 때 먹는 빵은 우리가 식사 때 먹는 빵처럼 달거나 기름지지 않은 빵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빵은 어떤가. 밀가루 반죽을 하는 단계에서 설탕, 소금과 버터가 들어가고 맛을 내기 위해 각종 첨가물과 가공기법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설탕의 맛을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선 소금 첨가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염분이 많고 섬유질이 제거된 상태에서 설탕과 화학 첨가물이 다량 첨가된 빵을 주식으로 한다면 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우리가 빵을 먹을 때에는 서구인처럼 균형식을 하기보다는 빵ㆍ버터ㆍ우유ㆍ음료수 등으로 간단히 먹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나트륨ㆍ당ㆍ포화지방 함량과 열량은 높고, 단백질ㆍ비타민ㆍ식이섬유ㆍ필수영양소 균형이 맞지 않는 식사가 되기 쉽다.
과자 빵 케이크 피자 라면 쫄면 칼국수 스파게티 짜장면 우동 짬뽕 튀김 등은 밀가루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먹는 밀가루는 섬유질의 단단한 껍질을 제거한 정백 밀가루이다. 이러한 정백 밀가루는 조금만 씹어도 쉽게 삼킬 수 있는 부드러운 빵과 과자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입자를 더욱 작게 만들려는 목적에서 많은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는 밀 낟알의 껍질과 씨눈을 깎아 낸 것이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칼국수ㆍ소면 등 면류는 어떨까. 짠 국물과 밀가루 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단백질과 채소 등이 부족한 식사가 되기 쉬워서 탄수화물과 나트륨 함량과 열량이 높은 한 끼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밥과 함께 고기, 생선, 나물 등을 먹는 한식의 장점이 사라진 식사가 되기 쉬운 것이다.
1인당 소비량 세계 1위인 라면은 어떤가. 라면 1봉지의 나트륨 함량이 1,350~2,069㎎ 수준인데 이는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의 87%에 달한다. 포화지방도 기준치의 51.3%나 들어 있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라면은 열량만 높을 뿐 단백질ㆍ식이섬유ㆍ비타민이 매우 부족한 한 끼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밥과 고기, 생선, 나물 반찬을 위주로 하는 한식 식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빵이나 밀가루 음식은 되도록 자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밀가루 음식을 꼭 먹고 싶다면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먹는 빵처럼 달고 부드럽고 기름지지 않고 통곡을 가루 내어 만든 빵을 먹고, 고기ㆍ생선ㆍ우유ㆍ샐러드를 곁들인 식사를 하면 된다.
국수를 먹을 때에도 살코기ㆍ닭고기ㆍ채소를 충분히 넣어 먹는다면 영양 균형을 맞춘 식사가 가능하다. 라면을 삶을 때 처음 삶은 물을 버리고 다른 뜨거운 물로 끓이면 지방과 열량을 적게 먹을 수 있다. 또한 수프를 적게 넣고 파ㆍ양파ㆍ콩나물ㆍ버섯 등 채소와 고기를 충분히 넣어 끓이면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