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장성 웨칭시 완전 폐쇄, 이후 감염자 증가세 둔화
대구와 비교… 잠복기 길어 한국 대책은 위험성 너무 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총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이 “한국은 도시를 폐쇄해 바이러스 확산세를 꺾은 저장성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한 대구를 봉쇄하라는 의미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입’으로 불리며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후 편집인은 21일 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글을 올려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거센 한국은 몇 주전 저장성과 유사한 상황이고, 국토 면적과 인구도 저장성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저장성에 1급 방역 조치를 내려 한 도시를 완전 폐쇄하고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하는 극단의 조치를 취해 감염 확산의 기세를 꺾었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저장성처럼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앞서 4일 중국 정부는 인구 140만명의 저장성 웨칭시를 봉쇄했다. 신종 코로나가 창궐한 후베이성 우한에 이어 두 번째 도시 봉쇄다. 그전까지 후베이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던 저장성의 감염자는 이후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21일 교도소에서 20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그간 하루 확진자 증가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후 편집장은 대구시(인구 243만명)와 웨칭시를 비교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가 신종 코로나 확산의 발원지가 된 상황도 유사하다. 저장성 인구는 5,700만명으로 한국 인구(5,180만명)와 비슷한 규모다. 저장성(10만1,800㎢)과 한국(9만9,720㎢)은 국토 면적도 별 차이가 없다. 이처럼 여건이 유사한 만큼 한국이 중국의 경험에서 한 수 배우라는 것이다.
물론 단서를 달긴 했다. 그는 “한국의 신종 코로나 확산은 감염경로가 비교적 뚜렷하고, 신천지 교회가 전체 감염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각 지역이 후베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중국과 달리 한국은 중증 환자가 적고, 지역사회 감염 초기 단계인데다 의료 여건도 더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책은 위험성이 너무 크다”면서 “중요한 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길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열흘 넘게 시간이 지난 후에 감염자가 나올 수도 있다”며 “한국은 마치 내기를 하고 있는 격”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서울 도심의 몇몇 지역에서 집회행사를 금지하고 신천지 교회를 폐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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