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에 제주가 발칵 뒤집혔다. 한달 넘게 지켜온 방역망이 뚫리자 제주도는 지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21일 오전 1시30분쯤 대구로 휴가를 갔다 온 해군 장병 A(22)씨가 신종 코로나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1차 검사결과 양성반응을 보여 제주대병원 음압격리병동에 격리돼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A씨의 예후는 양호한 상태다. A씨는 지난 13일 휴가를 위해 대구를 방문했다가 18일 오후 7시25분 대구발 제주행 항공기(티웨이 항공 TW809)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공항 인근에 위치한 소속 부대 앞에 내려 편의점을 방문한 후 바로 도보로 부대로 복귀했다.
취사병인 A씨는 부대 복귀 후 지난 19일 하룻동안은 부대에서만 생활했다. 이날 세 차례 음식을 조리했고, 점심 배식도 한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식과정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부대원에 대한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는 A씨와 접촉한 항공기 승무원과 탑승객, A씨가 탑승했던 영업용 법인 택시기사, A씨가 방문했던 편의점 직원, 1차 확진검사를 받았던 한라병원 직원, 소속 군부대 대원 등 총 67명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했다. 다만 A씨가 18일 대구공항에서 제주에 도착해 부대로 복귀할 때까지 마스크를 줄곧 착용했고, 공항에서 부대로 바로 복귀하는 등 이동 동선이 짧고 접촉자도 최소화돼 A씨의 전파력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지역방역당국의 판단이다.
도는 또 A씨가 휴가차 대구를 방문했을 때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구 방문 당시 동선이 파악되지 않아 정확한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한 상태다. 지역사회에서 A씨가 대구에서 동행했던 여자친구가 ‘신천지교회에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A씨는 신천지와의 연관성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A씨가 여자친구와 대구 관광을 했다는 것만 인지한 상태”라며 “A씨의 대구 동선은 제주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신천지교회 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도는 또 도내 신천지교회 관련 시설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신천지 관련 시설이 9곳이 있으며, 이 중 3곳은 현재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구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신도는 물론 정확한 신도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첫 신종 코로나 확진 소식에 지역사회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제주에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이 귀국 후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도민들은 신종 코로나 공포에 휩싸였다가, 지난 7일 이후 감염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10여일만에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실제 제주시내 병원에 마련된 일부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는 도민들이 크게 늘고 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감염을 우려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관광업계도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중국인 관광객 확진자 방문 이후 제주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 일시 중지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 상태에서, 내국인 관광객에 기대를 걸었던 관광업계에서는 확진자 발생으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게 됐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지난 13일부터 내국인 관광객이 다시 제주를 찾기 시작하면서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제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 관광객 유치도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물 건넌 간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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