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복귀가 무산된 기성용(31)이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전 소속팀) FC서울이 나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K리그에 오려고 할지 의문”이라며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기성용은 2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금이나마 젊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K리그로 돌아오고 싶었는데, (서울은) 내 생각과 달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스페인 1부리그 구단과의 입단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페인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만났다.
기성용은 ‘K리그 복귀가 불발됐는데, 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표팀에서도 은퇴해 내 플레이를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다”면서 “20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모습이기에 국내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다 결렬돼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적 과정에서 나왔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팀 구성이 다 끝난 뒤 기성용 측이 서울 입단을 추진했다’는 내용에 대해 기성용은 “서울과는 지난해 12월부터 얘기하고 있었다”라고 부인한 뒤 “(구단 측이) 최종적으로 코치진과 상의한 뒤 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라고 설명했다. ‘위약금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내가 ‘(위약금을) 내지 않고 전북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계약서는 계약서이기 때문에 잘 이야기하려 했지만, 서울에서 허락하지 않아 전북에 가기도 쉽지 않았다. 드러눕지도 떼쓰지도 않았다”고 했다. 친정팀에 대한 서운함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 팀이 정말 나를 원하는구나’하는 마음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느낌을 못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기성용은 이 일로 해외리그에 진출한 다른 선수들도 K리그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서울과 원만하게 해결해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K리그로 복귀할지 걱정 된다”고 했다. ‘향후 국내로 다시 돌아와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스페인 진출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던 스페인 무대에 가게 됐다. 프리미어리그에 발을 들였던 때보다 기대된다”면서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이기에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기대했다. 기성용은 구체적으로 구단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스페인 1부리그 소속인 마요르카와 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요르카는 2019~20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0개 팀 중 18위에 올라있는 팀이다.
한편 기성용은 지난달 잉글랜드 뉴캐슬과 결별하고 K리그 복귀를 염두에 두고 데뷔팀이었던 서울과 협상에 나섰다. 2009년 유럽진출 이후 11년 만에 K리그 복귀 가능성이 나오면서 국내 축구계도 잔뜩 고무됐다. 하지만 서울에서 셀틱(스코틀랜드)으로 이적할 당시 △국내 복귀 시 서울과의 우선 협상 △타 팀 이적 시 위약금 발생한다는 계약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기성용 영입에 관심을 보였던 전북 현대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서울 측은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기성용 측에서는 위약금 부분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선수 측에서 위약금을 해결하고 전북으로 이적하려 했으면, 우리는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단이 본인을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선수의 생각”이라며 “(기성용 측 주장과 달리) 협상이 1월에 시작돼 기존 선수들과의 구성을 놓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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