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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한복판 밀집된 병원ㆍ밀폐된 병실… ‘한국판 크루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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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한복판 밀집된 병원ㆍ밀폐된 병실… ‘한국판 크루즈’ 우려

입력
2020.02.21 20:33
수정
2020.02.21 23:03
3면
0 0

 [르포] 611명 격리 청도대남병원… 방역당국도 ‘코호트 격리’ 검토 

경북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 대남병원 전경. 요양병원과 요양원, 보건소가 한 지붕 아래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독자제공
경북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 대남병원 전경. 요양병원과 요양원, 보건소가 한 지붕 아래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독자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돼 전국단위로 퍼지도록 한 문제의 근원은 현재 경북 청도 대남병원이다. 이 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폐쇄적인 대남병원과 밀집된 의료시설들, 이를 중심으로 분포한 청도 지역이 구조적으로 얽혀있다. 감염증의 ‘배양지’가 돼 확진자가 속출할 조건을 갖췄다는 지적이다.

21일 대남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 가운데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환자는 54세 여성으로, 이날 확진 판정을 받고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신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로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가 확진 판정 후 구급차로 이송 중 오후 5시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는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마치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중인 크루즈선과 비슷하다는 무거운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우리 정부 방역당국은 이 병원을 ‘코호트 격리’(병원 전체 봉쇄)할지 내부논의 중이다.

이 병원은 무려 611명이 격리된 가운데 내부가 다닥다닥 붙은 특이한 건물 구조다. 예방과 의심환자에 철저해야 할 의료진은 정작 대거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도 그렇고, 일부 직원들은 자유롭게 드나드는 등 출입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남병원 건물에는 청도군보건소, 요양원인 에덴원, 군립노인요양전문병원 등 3개 시설이 바로 붙어 있다. 건축시기와 운영주체가 각각 다르지만, 한 지붕 아래 바짝 붙어 건축돼 외관상 하나의 건물로 보인다.

대남병원은 1988년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 100의1에 들어섰다. 이어 1998년 병원 우측 범곡리 96에 청도군보건소가 이전 신축했다. 또 지하에 수영장 등을 갖춘 청도건강증진센터가 들어섰고, 정원 50명 규모의 노인요양시설이 건축됐다. 2004년에는 대남병원 좌측에 군립 노인전문병원이 신축됐다.

병원은 대남의료재단이 소유하고, 별도의 군립 노인전문병원은 대남병원이 청도군으로부터 수탁해 운영 중이다. 청도군보건소 옆 노인요양시설은 사회복지법인 에덴원이 운영하고 있다.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16명이 나온 경북 청도군 화양읍 대남병원 건물 뒤편 전경. 노인요양병원과 요양원, 청도군보건소가 다닥다닥 붙어 마치 한 건물 처럼 보인다. 청도=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16명이 나온 경북 청도군 화양읍 대남병원 건물 뒤편 전경. 노인요양병원과 요양원, 청도군보건소가 다닥다닥 붙어 마치 한 건물 처럼 보인다. 청도=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대남병원이 민간병원인데도 보건소와 군립노인병원 등 공공시설이 붙어 들어선 것은 열악한 지역 의료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청도군의 타개책이었다. 군은 대남병원이 개원 후 수 차례 문닫을 위기에 처하자, 노인 인구가 많은 점을 살려 보건소와 요양병원, 노인요양시설이 병원과 연결되도록 지었다.

다닥다닥 붙은 특이한 구조는 감영증 확산의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하게 됐다. 신천지대구교회의 오밀조밀 앉는 독특한 예배 형식이 신종 코로나 전파 원인으로 꼽혔듯이, 대남병원도 수백 명의 확진자가 나온 일본 크루즈선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요양원 한 직원은 “각기 다른 시설이 한 통로로 이어진 탓에 환자 상태를 걱정하는 외부 가족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직원과 환자 모두 격리 생활에 불편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지시를 잘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건물 폐쇄가 무색할 정도로 직원 일부는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20일 밤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건물 뒤편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고, 날이 어두워지자 마스크를 낀 여러 명이 병원 지하 장례식장 뒷문을 통해 빠져 나갔다. 또 한 남성은 응급실 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왔고, 건물 안에 있던 남성이 망을 보듯 주변을 살피며 급히 문을 잠그기도 했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 2층 야외 테라스에 20일 오후 한 입원 환자가 난간에 기대 밖을 바라 보고 있다. 청도=김재현 기자
경북 청도 대남병원 2층 야외 테라스에 20일 오후 한 입원 환자가 난간에 기대 밖을 바라 보고 있다. 청도=김재현 기자


취재진이 건물 밖을 빠져 나온 직원에게 “나오면 안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이 도망치듯 뛰어갔다.

대남병원 확진자 16명 중 4명은 정신병동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로, 의료진들이 업무 기본인 감염 예방과 위생 관리조차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과거 요양원에서 일했던 한 간호사는 “운영한 지 오래됐는데도 의료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근무 당시 애를 먹었다”며 “확진자가 격리돼 있다고 하지만 고령의 장기 입원 환자가 많아 철저히 통제하고 조치하지 않으면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청도군에 따르면 21일 현재 건물 안에는 4개 시설 직원 313명과 환자 298명 등 611명이 격리돼 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6명이다.

청도=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청도=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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