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부결 이후 인사권과 사면권을 남용하며 무소불위 행보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확연히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대통령직의 정의 자체를 바꾸고, 미국을 “새로운 비정상의 시대”로 이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0일(현지시간) ‘새로운 비정상(The new not-normal): 트럼프의 미국’이라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을 바꿨고, 그 다음 공화당을 바꿔놨으며, 지금은 대통령직과 행정권의 경계를 바꿔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자 숙청과 충성파 기용을 서슴지 않았고, 정치ㆍ금융사범을 사면했으며, 법무장관의 이례적인 공개 비판에도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일을 전임자들보다 더 크고, 과감하고, 공개적으로 해왔다고 총평했다. 공화당에 대한 절대적인 장악력이 그 배경에 있었다. 당내 반발이나 견제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이뤄진 중대 조치로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의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 발탁을 꼽았다. 악시오스는 “17개 정보기관을 관리ㆍ감독하고 모든 국가 기밀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는 민감한 자리에 트럼프가(家)에서 가장 신뢰하는 우군을 앉혔다”며 “DNI 수장은 대통령이 보고, 아는 것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고 우려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적 행보를 전임자들과 조목조목 비교했다. 먼저 탄핵 무죄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쫓아내고 싶은 나쁜 인간들과 뱀들에게 둘러싸인 느낌이었다”고 발언한 뒤 실제 ‘피의 보복’에 나선 점을 언급하며 “다른 대통령들도 ‘반골’ 공직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대놓고 무더기로 축출하지는 않았고, 충성파를 요직에 앉혔지만 충성파라는 점을 발탁의 필수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임자들도 사면권을 행사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재선 레이스 한복판에서 대거로 하지는 않았고, 법무부 장관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공개된 공간에서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법 개입 논란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나는 최고법집행자”라며 되레 당당한 모습을 보인 점을 꼬집은 것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로 동성 배우자를 둔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트 시장에게 동성애 혐오발언을 한 극우 성향 라디오 방송 진행자 러시 림보를 두둔한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논란 직후 림보에게 전화를 걸어 “절대로 사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신년 국정연설에도 그를 초청해 최고 시민에게 주는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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