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열 후 12일 하선해 의료기관 이송돼
후생노동성 “선내 격리 결정 이전 감염”
호주 탑승객 2명 귀국 후 양성 반응 보여
홋카이도에선 초등학생 2명 포함 3명 확진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대형 크루즈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80대 여성이 발열 증상 이후 의료기관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1주일간 선내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고령자를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선내에 대기하도록 한 정부의 대응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로 전날 사망한 일본인 여성(84세)은 이달 5일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6일 설사 등이 이어져 선내 의료진에게 검사를 받았으나 배에서 내려 의료기관에 입원한 것은 1주일이 지난 12일이었다. 정밀검사를 받은 것도 하선 당일인 12일이었고 13일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인됐다. 그러나 14일부터 호흡 상태가 악화해 산소마스크를 사용했으나 증상이 개선하지 않았고 결국 20일 사망했다.
후생노동성 측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망 여성이 발열 증상을 보였음에도 하선하는 데 1주일이나 걸린 이유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증상이 나타나거나 검사에서 양성인 승객을 하선시켜 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고령인 사망 여성은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하선과 검사를 받는 데에만 1주일이나 걸려 치료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후생노동성 회견에서는 사망자 2명의 감염 시점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정부가 2주간 선내 격리를 결정한 5일 이후에 감염됐다면 폐쇄된 공간에 다수의 고령자들을 대기하도록 한 정부 대책에 대한 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 측은 “자연스럽게 생각해보면 5일 전이다”라면서도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른 후생노동성 간부도 “감염 확대를 막는 대책과 고령자 등에 대한 대응의 균형 속에 양자를 적절하게 해 왔다”고 격리 대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검사 체제가 불충분한 이번 상황에서는 현장 판단에서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며 “사망까지의 경위는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호주 정부는 21일 선내 격리돼 있다 귀국한 자국민 승객 164명 중 2명이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전날 전세기편으로 자국민 중 증상을 보이지 않거나 검사에서 음성인 승객을 이송했다. 그러나 귀국 후 6명이 발열 증상을 보였고 이들을 즉시 격리한 뒤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2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이처럼 19일부터 이날까지 하선한 승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한 것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일본 홋카이도에선 초등학생 형제 등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해 3명의 추가 확진자가 확인됐다. 21일 오후까지 일본 국내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크루즈선 감염자 634명을 포함해 총 731명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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