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병원에서 18일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환자의 기증의사에 따라 혈장을 추출하고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엉뚱하게 ‘교육의 형평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방정부가 앞다퉈 “의료진 자녀에게 고교 입시에서 가산점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최일선에서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숭고한 희생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혜택을 주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가 창궐한 후베이성이 불씨를 지폈다. 성 교육당국은 18일 “고교 입시에서 의료진 자녀에게 10점의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19일 장시성 푸저우시가 ‘20점’으로 높였고, 산시성 다퉁시는 ‘30점’으로 한술 더 떴다. 이 외에 허난성 쓰촨성 칭하이성 산둥성 등 10여개 지역에서 5~ 30점의 가산점을 주겠다며 경쟁에 가세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은 3,000여명에 달한다. 이미 2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더구나 부모가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는 의사나 간호사라면 고교 입시를 앞둔 중3 학생의 심리적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연일 지속되는 밤샘 근무 때문에 학부모가 집에서 자녀를 보살필 수도 없다. 감염 우려로 등교하지 못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현 상황에선 치명적이다. 사실 고교 입시 가산점은 지방정부의 권한인 만큼 각 지역에서 주민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대책을 내놓는 측면도 있다. 농촌 거주 외동자녀의 경우에도 고교 입시에서 가산점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언뜻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고생하는 의료진 포상이야 상관없지만 ‘음서제’도 아닌데 왜 자녀가 이익을 누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다양한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다. 우선 중국은 의료진과 경찰, 행정요원을 포함해 400여만명을 신종 코로나 방역 전쟁에 투입했는데 왜 의료진에게만 혜택을 주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병원 건설 현장에 투입된 수많은 노동자들은 어쩌란 말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의료진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자녀가 올해 중3이 아닌 경우에는 가산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가산점은 격려가 아니라 실제로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부당한 간섭’이 될 수도 있다. 가령 다퉁시의 경우 지난해 명문고와 일반고의 커트라인 차이는 25점에 불과했다. 30점의 가산점을 준다면 입학할 학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불과 1점 차이로 수천 명의 당락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명문고 입학은 좋은 대학으로 가는 디딤돌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교육개혁에 따라 올해 일반고와 실업계고의 입학 정원을 기존 6대 4에서 5대 5로 변경한 터라 대학 입시에 유리한 일반고 진학의 문은 더 좁아졌다.

이처럼 예민한 상황에서 가산점이 긁어 부스럼을 낸 셈이다. 학부모와 전문가들은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에 맞게 시행해야 효과가 있다”며 “기회의 평등을 박탈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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