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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TV토론 나오자 집중포화... 검투사들처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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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TV토론 나오자 집중포화... 검투사들처럼 싸웠다

입력
2020.02.20 22: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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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 성희롱ㆍ신체수색ㆍ재산 두고 협공 당해 

 블룸버그ㆍ샌더스 간 ‘자본주의 vs. 사회주의’ 공방 

1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주자들이 날카로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1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주자들이 날카로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처음 참석한 민주당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중도진영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블룸버그 전 시장과 선두를 굳히려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간 공방에 다른 주자들의 거친 공세가 겹치면서 이번 TV토론은 이전과 180도 달라진 격전장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기 위한 단합을 외쳤던 후보들은 각자도생의 검투사처럼 상대의 약점을 난도질했고 그 결과 경선 레이스의 긴장은 한층 고조됐다.

‘네바다주(州) 코커스(당원대회)’을 사흘 앞둔 1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TV토론에서 집중 견제를 받은 주자는 단연 블룸버그 전 시장이었다. 뉴욕시장 재직 시절의 강제 신체수색과 성희롱 발언, 금권정치 논란 등을 두고 다른 모든 주자들로부터 협공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우리는 여성을 ‘뚱땡이’나 ‘말상의 레즈비언’이라 부르는 억만장자에 대항해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얘기가 아니라 블룸버그 얘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블룸버그 전 시장의 직장 내 부하 여성 성희롱 의혹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처럼 비공개로 합의했던 내용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원들이 혐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를 블룸버그 전 시장에 투사한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블룸버그는 1억2,000만명의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건 잘못됐고 부도덕하다”고 몰아붙였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블룸버그 전 시장의 과거 강제 신체수색 정책을 두고 “사람들이 가진 기본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혐오스럽다”고 맹공을 가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강제 신체수색에 대해선 재차 사과했고, 여성 차별 논란에선 답변을 머뭇거리는 등 다소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념 문제에선 공격적으로 맞대응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회주의자가 집을 세 채 가진 백만장자”라며 샌더스 의원을 겨냥한 뒤 “다른 나라들이 공산주의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으며 우리는 자본주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샌더스 의원의 이념을 ‘공산주의’에 빗댄 것이다. 이에 샌더스 의원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민주적 사회주의’”라며 “싸구려 공격을 하지 말라”고 발끈했다.

선두주자인 샌더스 의원에 대한 공격도 쏟아졌다. 특히 그의 건강 문제와 관련해 의료기록 전체를 공개하라는 요구까지 이어졌고, 극성 샌더스 지지자들의 성ㆍ인종차별적 공격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은 “한 사람은 사회주의자이고 다른 사람은 자본주의자다. 한 사람은 당을 깨뜨리려 하고 다른 사람은 당을 돈으로 사려 한다”며 샌더스와 블룸버그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날 토론에선 중위권 후보들 간 설전도 위험수위를 오르내렸다. 워런 의원은 부티지지 전 시장의 건강보험 공약에 대해 “그건 플랜이 아니라 파워포인트”라고 깎아내렸고,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의 공약에 대해선 “포스트잇에 불과하다”고 조롱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클로버샤 의원이 멕시코 대통령의 이름을 대지 못한 것을 두고 “대통령직에 준비되지 못했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클로버샤 의원은 “나를 놀리는 것이냐”며 “모든 사람들이 당신처럼 완벽했으면 좋겠다”고 비꼬는 등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후보들 간 공격이 다방면으로 전개된 이날 토론은 그야말로 ‘서바이벌 게임’을 방불케 했다. 이는 민주당 경선 구도가 압도적인 주자 없이 박빙의 다자 구도로 전개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이 선두주자로 나서고는 있지만, 바이든 블룸버그 워런 부티지지 클로버샤 등 2위권 주자들은 큰 격차 없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도진영의 ‘히든 카드’로까지 불리는 블룸버그 전 시장으로선 진보진영의 샌더스 의원을 추격하기 위해선 중도층 후보 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 워런 의원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샌더스 의원은 비교적 선방한 반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물음표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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