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적은 더 위협적이다. 식별이 불가능하고, 통제가 되지 않으며, 그래서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두려움이 더 커진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벌벌 떠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바이러스보다 더 센 적들이 세상에 많다는 거다.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박테리아, 바로 ‘슈퍼버그’다.
슈퍼버그는 인류가 쌓은 ‘업보’다. 더 오래 살겠다는 인간의 욕망은 항생제 남용을 불러왔고, 박테리아의 내성만 키우는 꼴이 됐다. 끝날 수 없는 전쟁에서 셈 빠른 제약사들은 재빨리 발을 뺐다. 딱 봐도 돈이 안 된다 싶었던 거다. 막대한 개발 비용이 회수가 안 되니, 수익성 높은 질병 치료제 개발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슈퍼버그보다 자본의 논리가 더 막강하다는 건 씁쓸하다.
슈퍼버그
맷 매카시 지음ㆍ김미정 옮김
흐름출판 발행ㆍ392쪽ㆍ1만 8,000원
그래도 저자는 희망을 말한다.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의 의사인 그는 2014년부터 자신의 임상팀이 개발, 상용화한 ‘달바반신’이 슈퍼버그의 대체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거라 주장한다. 책에는 저자처럼 슈퍼버그의 위협에서 인류를 구해내고자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피땀과 눈물이 기록돼 있다. 인간의 미래를 책임질 영웅들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코로나 치료를 위해 목숨 걸고 밤낮으로 애쓰는 의료진은 지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슈퍼버그, 네 아무리 끈질기게 버텨봐라. 우리 인간이 결국 이겨낼 것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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