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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페어웰, 체르노빌, 코로나19

입력
2020.02.20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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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어웰' 포스터.
영화 '페어웰' 포스터.

할리우드가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 ‘기생충’으로 떠들썩한 와중에도 주목해야 할 아시아 영화가 한 편 더 있다. 중국계 미국인 감독 룰루 왕이 연출한 ‘페어웰’이다.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해 오스카의 이변을 예고한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아콰피나)을 받았다. 아카데미상 시상식 전날 열린 인디펜던트 스피릿상 시상식에선 작품상을 가져갔다. ‘기생충’은 이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을 받았다.

□ ‘페어웰’은 중국계 미국인 여성 빌리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문화충돌을 그린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다룬 영화는 많지만, 무역전쟁 등으로 갈등 중인 최근의 미중 관계를 감안할 때 시의적절하다. 뉴욕에 사는 빌리는 어느 날 중국 창춘에 사는 할머니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친지들은 빌리의 사촌동생 결혼식을 급히 추진해 가족들이 창춘에 다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 한 자리에서 빌리의 고모는 미국인이 다 된 빌리의 부모를 추궁한다. 고모는 미국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자신의 아들은 미국 유학을 보내고 싶어한다. 미국에 대한 중국인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은유다.

□ 가족은 할머니에게 암을 알리지 않으려 전전긍긍한다. 발병 사실을 알면 오히려 근심 걱정으로 죽음을 재촉할 수 있다는 중국인의 전통적 사고가 반영됐다. 해외로 흩어진 가족이 결혼식을 빌미로 모여 비밀리에 이별 의식을 치르는 이유다. 영국에서 공부한 의사조차 ‘좋은 거짓말’이라는 이유로 면전에서 할머니를 속인다. 외모만 중국인일뿐, 미국적 사고방식을 지닌 빌리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실상을 감추려는 중국 정부의 대처가 문화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음을 의도치 않게 암시한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지난해 방송된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1986년 옛 소련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를 다룬 ‘체르노빌’은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 당국의 대처가 화를 더 키우는 과정을 세밀히 묘사한다. 네티즌은 냄새도 소리도 없이 생명을 앗아가는 방사능이 바이러스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체르노빌’의 교훈을 더 실감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혼란을 막는다는 이유로 실상을 감추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중국 우한은 잘 보여 주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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