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개발하고 있는 가스터빈의 모습. 두산중공업 제공

‘탈원전 여파 두산중공업, 2,600명 대상 명예퇴직 실시’

두산중공업이 만 4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8일 다수 매체들이 보도한 관련 기사의 제목은 대동소이했다. 두산중공업의 위기 상황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결부하는 세간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렇게만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매출 구조, 사업부문별 경영 여건 분석을 통해 어느 쪽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따져봤다.

[저작권 한국일보] 두산중공업 매출 수주잔고
 ◇매출 비중 높은 해외 수주 부진 

2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매출에서 국내 원전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해외 부문까지 합쳐도 원전 관련 매출은 회사 총 매출의 15~20%가량이다. 정부 역시 두산중공업의 원전 매출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 회사에 지급한 금액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 실적이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시기가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4년부터라는 점도 반론의 근거다.

정부는 두산중공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 원인을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지역 발주 감소와 글로벌 발전플랜트 시장 위축에서 찾는다. 두산중공업 매출의 70%가량이 일어나는 해외 수요 부진이 보다 심각한 문제라는 것으로, 회사 측도 상당 부분 동의하는 진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환경규제 강화로 글로벌 석탄화력 발전소 신규 발주가 2013년 76GW에서 2018년 23GW로 급감했다. 두산중공업의 화력발전 매출 비중이 약 70% 정도로 알려진 만큼 이러한 흐름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발전시장 강자인 독일 지멘스와 미국 GE도 이런 흐름 탓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유가 하락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중동국가들이 주문을 내지 않아 중동발 수주가 크게 감소한 영향도 크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업체의 중동 수주량은 2012년 369억달러에서 2019년 1~11월 44억달러로 급감했다. 기대했던 신기술 수주도 여의치 않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수담수화 기술을 개발해 중동발 해수담수화플랜트 발주를 기대했으나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중동이 지갑을 닫았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 타격도 적지 않아 

그렇다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두산중공업에 타격이 없다고 말하긴 힘들다. 두산중공업의 원전 부문 공장가동률은 2017년 100%에서 지난해 50%로 떨어졌고, 수주 잔액도 같은 기간 17조원대에서 14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더구나 신규 건설이 취소된 원전 6기에서 8조원가량을 비롯해 총 10조원에 달하는 기대 수주 물량이 사라졌다는 것이 회사 측 판단이다. 두산중공업이 명예퇴직 시행 이유로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두산중공업은 현재의 위기만 잘 극복하면 개발 막바지 단계에 진입한 가스터빈 등에서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명예퇴직 실시는 신기술이 수익을 낼 때까지 버티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인 셈이다. 정부도 신규 원전 수출, 가스터빈과 풍력 분야의 수요 창출 및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두산중공업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와 두산중공업이 에너지 전환 흐름에 나름대로 잘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전 세계 5개국만 보유하고 있는 가스터빈 기술의 국산화를 앞두고 있어 정부의 도움이 뒷받침된다면 두산중공업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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