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콩나물과 두부의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콩나물도 사먹지 않고 집에서 직접 키워서 먹었다. 콩나물은 물만 주어도 쑥쑥 잘 자란다. 그래서 엄마들은 콩나물이 싫다고 하는 아이에게 콩나물을 먹으면 콩나물처럼 쑥쑥 키가 큰다고 많이 먹도록 권하기도 했다. 과거 한국인의 평균키는 지금보다 10㎝ 이상 작았고 그런 ‘국민 체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1970년대 초부터 국가 주도로 우유 급식을 시작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키도 나름 충분히 커졌고, 집에서 콩나물을 키우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말이 사라졌다. 시대 상황에 따라 말은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말처럼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 된다’는 말도 사라졌으면 한다. 지금의 시대 상황에 맞지 않고 괜한 오해와 착각만 만들기 때문이다. 이 말은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이 1826년에 쓴 ‘미식예찬’이란 책에 등장하는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라는 문구에서 유래했다. 당시에는 지역과 신분에 따라 먹는 것이 뻔한지라 사바랭 본인처럼 음식에 식견이 많으면 어떤 사람이 먹는 음식의 이름만 듣고도 그 사람이 어떤 지역, 어떤 신분의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 말은 1923년 미국의 영양학자 빅터 린드라에게 인용되면서 의미가 바뀌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질병의 90%는 싸구려 음식에 기인하며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 된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 표현은 매우 직관적이고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시대 상황과 어울려 많은 사람이 즐겨 쓰는 표현이 되었다. 더구나 이런 개념은 아주 오래 전부터 대부분의 나라에 있던 것이다. ‘임신 중 닭고기를 먹으면 닭살의 아이가 태어난다’ ‘검은 콩을 먹으면 머리가 검어진다’ ‘호랑이 뼈를 먹으면 용맹해진다’는 식이다. 이런 생각들을 아주 간명하게 표현해 주었으니 쉽게 널리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많은 오해를 만들고 때로는 나쁜 선택을 유도하기도 했다. 화식 즉 불로 익힌 음식은 죽은 음식이라 영양분이 살아 있고 생기가 있는 생식을 해야 건강해질 수 있고, 야생의 동물을 먹어야 야생의 힘을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믿었다. 그래서 생녹용이나 사슴피를 그대로 마시다가 기생충이 뇌에 파고들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받는 경우도 있었고, 웅담 뱀탕을 먹으러 동남아를 여행하는 보신 관광이 극성이어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소용 없다고 말해도 줄어들지 않던 보양식과 정력식품의 열풍이 가장 인위적인 화학물질인 비아그라의 등장과 함께 사라진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식품에서 뭔가 특별한 음식에 특별한 힘이 있다는 믿음은 여전하다. 코뿔소의 경우 강인한 힘이 코에서 나온다고 믿는 것인지 코뿔소의 코가 정말 비싼 가격에 팔린다. 그래서 코를 잘린 채 살해당한 잔인한 모습이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한다. 그런데 코뿔소 코의 주성분은 우리의 손톱, 발톱, 머리카락 같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이다. 음식이 발톱이나 머리카락에 들어 있으면 매우 불쾌하게 여길 사람들이 코뿔소의 코에 탐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코뿔소와 비슷한 이유로 수난을 당하는 동물이 또 있다고 한다. 바로 천산갑이다. 천산갑은 개미핥기, 나무늘보 등과 함께 유린목에 속하는 포유류인데 겉에 많은 비늘이 있다. 중국에는 천산갑의 이 단단한 비늘에도 신비한 힘이 깃들여져 있어 건강에 좋고 정력에도 좋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천산갑이 멸종위기종인데도 잔인하게 도살되어 중국으로 밀수출된다.
최근 이로 인한 뜻밖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천산갑이 최근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의 중간 숙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화난농업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천산갑에서 분리한 균주와 코로나19의 상동성이 99%라고 한다. 천산갑이 중간숙주로 주목받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시기가 겨울이며, 이 시기에 박쥐는 동면을 해서 인간은 접촉 가능성이 낮고, 오히려 천산갑과 접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한의 야생 시장에는 천산갑을 비롯해 많은 야생동물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천산갑보다 부드러운 단백질인 콜라겐도 흡수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단단한 케라틴이 흡수되어 우리 몸에 좋은 기능을 할 것이라는 믿음은 건강에도, 자연에도 좋지 않은 생각이다. 뼈(Ca)를 갈아 먹어도 골다공증은 예방되지 않고, 콜레스테롤을 먹는다고 콜레스테롤이 늘어나지 않고, GMO을 먹는다고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런 것을 믿고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닭 날개 먹으면 날개 생길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낡은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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