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성윤(58ㆍ사법연수원 28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근 검사들에게 휴가를 권장하고 나섰다. 단, 검찰청에 수북이 쌓여있는 형사부 장기미제사건들을 중점 처리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이 지검장은 지난 1월 직제개편으로 늘어난 형사부를 중심으로 미제사건을 줄이자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3개월이 초과된 장기미제사건은 올해 초 기준 600여건을 넘어섰다. 통상 300~400여건에 머물렀던 장기미제사건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 지검장은 각 부서 검사, 직원들과 회식 자리에서 “산적한 민생사건을 제때 처리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에 미제사건이 크게 증가한 건 정권 출범 후 각종 적폐청산수사와 사법농단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수사 등 대규모로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대형 사건 수사가 연달아 이어져 온 것이 배경이다. 검찰 관계자는 “난이도가 높은 사건들을 처리할 수 있는 검사들이 다른 지방청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내에서도 다수 차출되면서 일반 형사사건 처리가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실에 배당된 사건이 4개월을 넘기게 되면 수사정보시스템 사건 목록에 빨간색 ‘경고등’이 뜨기 때문에 형사부 검사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만만치 않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넘은 종로 국일고시원 사건이나 피해자들이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IDS홀딩스 금융 다단계 사기 사건 등 민생사건 처리도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직제개편 이후 형사부로 전환된 부서를 중심으로 장기미제사건들을 재배당하는 방식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직제개편 후 형사부는 기존 1차장 산하 총 9개에서 1~4차장 산하 총 13개로 늘었다. 기존 형사부가 맡고 있던 60여개의 미제사건을 새롭게 형사부 간판을 단 4개 부서에 재배당하고, 새로 접수되는 사건들도 4개 부서 중심으로 배당할 예정이다.

이 지검장의 이 같은 운영 방침이 대형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시켜온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지검장은 아울러 검사들이 휴가를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이틀 이상 휴가를 갈 때는 차장검사 대신 부장검사에게 결재를 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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