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화성사업장의 극자외선(EUV) 공정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방문했다. 지난해 하반기 완공돼 이달 본격 가동된 회사의 첫 EUV 전용 라인으로, 앞으로 초미세공정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제품 양산을 담당할 설비다. 지난달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반도체 초미세공정 개발 현장을 찾았던 이 부회장이 재차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라는 경영 목표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V1 라인'으로 명명된 EUV 전용 라인을 직접 살펴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화성사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선포식을 개최했던 점을 상기하며 “오늘 긴 여정의 첫 단추를 꿰었다. 이곳에서 만드는 작은 반도체에 인류사회 공헌의 꿈이 담길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말했다.
EUV 공정은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으로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회로 폭을 7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로 세밀하게 그릴 수 있어 반도체의 정보 처리 성능을 향상시킨다. 또 반복적인 회로 새김 공정을 줄일 수 있어 수율(합격품 비율)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초미세공정은 팹리스(반도체 회로 설계) 기업의 위탁을 받아 제품을 양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의 필수 기술로, 현재 EUV 공정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뿐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화성사업장의 일반 생산라인에 EUV 장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6, 7나노 반도체를 양산해왔지만, 이번에 전용 라인을 구축하며 고급 제품 생산능력에 탄력이 붙게 됐다. 회사는 종전 6, 7나노 제품은 물론이고 지난해 제품 설계를 완료한 5나노 제품도 V1 라인을 통해 양산할 방침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퀄컴으로부터 수주한 5나노 공정의 5세대(5G) 통신 모뎀칩 ‘스냅드래곤 X60’ 역시 이 라인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지금이야말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호기라고 보고 있다. 중국 대형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화웨이 거래업체로 번지면서 화웨이에 위탁생산 칩을 공급하고 있는 TSMC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TSMC는 지난해 전체 매출 중 10% 이상을 화웨이로부터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2.7%, 삼성전자는 17.8%였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