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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감염관리 철저히 했다?…日차관, 허술한 사진에 망신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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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감염관리 철저히 했다?…日차관, 허술한 사진에 망신살

입력
2020.02.20 15:31
수정
2020.02.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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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연결되는 두 통로에 종이 두 장 붙이고 ‘잘 하고 있다’ 자신

하시모토 부대신, 크루즈 내부 고발했던 감염전문가 쫓아내기도

일본 국민들 “절망적인 무능”, “크루즈선 사건은 인재” 비판

차관급인 하시모토 가쿠(橋本岳) 일본 후생노동성 부대신이 20일 트위터에 올린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부 검역 분류 사진(왼쪽)과 선내 구조를 보여주는 사진. 트위터 및 ‘프린세스 크루즈’ 공식 홈페이지
차관급인 하시모토 가쿠(橋本岳) 일본 후생노동성 부대신이 20일 트위터에 올린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부 검역 분류 사진(왼쪽)과 선내 구조를 보여주는 사진. 트위터 및 ‘프린세스 크루즈’ 공식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만 621명에 달해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격리 차원에서 정박해 있는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현장 책임자인 차관급 하시모토 가쿠(橋本岳) 후생노동성 부(副)대신이 20일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정부 대응을 홍보하다 허술함이 들통나 되레 망신을 당했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전 총리의 아들이자 자유민주당 소속인 하시모토 부대신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지는 이런 느낌으로 사진의 글자가 읽기 어렵지만 왼쪽이 청결통로, 오른쪽이 불결통로”라며 격리 중인 크루즈선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서는 왼쪽 문에는 검은색으로 ‘청결통로(淸潔ルート)’ 오른쪽 문에는 빨간색으로 ‘불결통로(不潔ルート)’라고 적은 종이를 붙여 감염 구역을 나누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시모토 부대신은 정부가 선내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해당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진이 너무 허술했다는 것.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공간이 양쪽 두 통로로 들어가면 결국 한 곳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돼있어 이 같은 분류가 의미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에서는 임시벽이나 비닐 등으로 차단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감염자도 충분히 청결 통로로 드나들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크루즈선에는 일본어를 못 읽는 외국인 탑승객들도 많은데 일본어로만 적혀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어설픈 연출인 셈이었다.

이는 앞서 크루즈선에 들어갔다 쫓겨난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郎) 고베대학교 감염증 내과교수가 경악했던 바로 그 현장이다. 이와타 교수는 18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선내는 코로나19가 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무리 개인보호장비나 장갑을 착용해도 ‘안전한 곳과 안전하지 않은 곳’의 구별이 안 돼있으며 전혀 제 구실을 못 한다”라고 폭로했다.

그는 “위험한 레드존과 안전한 그린존을 명확히 나누는 건 우리 업계의 철칙이고 그걸 알고 있다면 감염증이 퍼지는 한복판에 있어도 두렵지 않다”면서 “그런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안은 그린도 레드도 엉망진창이 돼있고, 어디가 위험하고 안전한지 전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차관급인 하시모토 가쿠(橋本岳) 일본 후생노동성 부대신이 20일 트위터에 올린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부 검역 분류 원본 사진. 왼쪽 문에는 ‘청결통로(淸潔ルート)’ 오른쪽 문에는 ‘불결통로 (不潔ルート)’라 적혀있다. 트위터
차관급인 하시모토 가쿠(橋本岳) 일본 후생노동성 부대신이 20일 트위터에 올린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부 검역 분류 원본 사진. 왼쪽 문에는 ‘청결통로(淸潔ルート)’ 오른쪽 문에는 ‘불결통로 (不潔ルート)’라 적혀있다. 트위터

이와타 교수는 당시 배 안에서 현장 책임자를 만나 조언을 했지만 듣기 싫다는 내색만 했다고 밝혔다. 이후 다른 관계자로부터 ‘당신 때문에 몹시 화가 나 있는 분이 계시다, 누군지 얘기는 못 하겠지만 당신은 배에서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와타 교수는 “내가 배에서 내리면 감염 대책의 프로가 한 명도 없게 된다”고 항의했으나 결국 하선하게 됐다.

그를 배에서 하선하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현장 책임자인 하시모토 부대신이었다. 하시모토 부대신은 이튿날 자신의 SNS에 “어제 제가 모르는 곳에서 어떤 의사가 검역 중인 선내에 출입하는 사안이 있었는데 현장 책임자로서 저는 알지 못 했다”며 “만났을 때 인사하고 용건을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이 없어 배에서 정중히 퇴거하도록 했고, 표정이 다소 차가웠을 수 있지만 전문가라는 분이 그런 경로로 검역 중인 선박에 침입했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이와타 교수는 “더 이상 논의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며 폭로 영상을 삭제했다.

이에 여론이 나빠진 상태에서 크루즈선 내부의 허술한 검역 관리를 보여주는 사진을 버젓이 올리며 불 난 곳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하시모토 부대신은 현재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일본 누리꾼들은 “절망적인 무지와 무능이다”(pe****), “하시모토는 유능한 내부 고발자였다”(en****), “청결, 불결 영역이라니 초등학생 이하의 내용이다”(jy****), “사진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준의 지성을 가진 인간이 현장감독을 하고 있다니”(W****)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이와타 교수가 옳았다, 이걸 공개해 뭘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수준이 너무 낮아 기가 막힌다”(ge****), “바보는 옆의 불보다 무서운 것이라 하는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일어난 일은 역시 인재였다”(ay****), “하시모토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후생노동성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는데 경질하지 않으면 큰 일이 될지도 모른다”(cy****) 등의 의견도 나왔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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