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곳곳에서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가 확인되고 있다. 연이은 감염자 판정 기준 번복으로 국제사회의 불신을 자초하는가 하면 주변국에 대한 책임전가로 여겨질 만한 주장에도 거침이 없다. ‘인민전쟁’까지 선포한 중국 지도부는 방역 총력전과 민심 달래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일주일 새 널뛰기 양상이다.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20일 “19일 하루 동안 확진자가 349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증가치(1,693명)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전날 1,749명이던 중국 전역의 확진자 증가 규모도 394명으로 크게 줄면서 누적 확진자는 총 7만4,57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114명 늘어 총 2,118명이 됐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확진자 증가폭 급감 이유를 “진단 능력을 높이고 시간도 단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불과 일주일 만에 판정 기준을 되돌린 결과였다. 보건당국은 지난 13일 통계수치와 실제 감염자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비등하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핵산 검사에서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더라도 일단 컴퓨터단층(CT) 촬영에서 폐렴 소견을 보이면 확진자로 분류할 것”이라고 기준을 바꿨다. 이후 후베이에서만 하루 만에 확진자가 1만4,840명이나 폭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자 은근슬쩍 이전 기준을 들이민 것이다.
수세에 몰린 중국은 되레 한국과 일본을 향해 소리를 쳤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과 법 체계가 다른 한국과 일본은 감염자와 의심환자를 신속하게 격리하기 어려워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중국의 모범사례를 본받아 속히 비상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경제적 연관성이 큰 한중일 3국 간 협력과 공동대응을 강조하는 취지이지만 자칫 적반하장으로 읽힐 수 있다. ‘중국은 아시아의 진짜 병자’라는 칼럼을 게재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베이징 주재 특파원 3명에게 추방 조치를 내린 것 역시 조급증의 반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의 대내 메시지는 다소 혼란스럽다.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는 중증환자의 경우 발병부터 입원까지 평균 9.84일이 걸린다는 통계를 인용해 “적기를 놓쳐 경증에서 중증으로 변하고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며 지역사회와 의료진의 분발을 촉구했다. 왕중린(王忠林) 우한시 당서기는 전날 공안부 고위간부의 방문에 맞춰 “공안은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힘”이라며 “사회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의료진에게 필요한 물품과 휴식시간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며 민심 다독이기에 주력했다.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에는 3만여명의 의료진이 투입된 상태로 중증환자 전문인력은 전체의 10%인 1만1,000명에 달한다. 이 중 최소 14명이 숨지고 3,000여명이 감염되는 등 열악한 근무여건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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