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국정원 진상조사특위부터 ‘조국백서’ 쓰기까지
다시 또 ‘조국 대전’인가요. ‘조국 백서’ 프로젝트에 집필자로 참여했던 김남국 변호사가 당의 만류에도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는 서울 강서갑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여당 의원임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금 의원과 대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지지와 비판을 사이에 두고 당내에서 전선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죠.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자객 공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38세, 청년들의 대표를 자처한 이 변호사는 누구길래 이토록 화제가 되는 것일까요.
민주당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김 변호사는 중앙대를 나온 뒤 서울대 대학원 행정법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현재 변호사김남국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이에요.
민주당과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진상조사특위에서 법률위원회 변호사단에서 활동하면서 인연을 쌓았죠. 이때 그는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및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회의록 사전 입수 의혹과 관련해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정문헌 의원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어요. 새누리당 의원들과 국정원장이 2급 비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열람하는 위법을 저지른 후 이를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했다는 지적이었죠.
그 무렵 그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민생 관련 문제도 다루며 정치권 안팎으로 활발히 활동했어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으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등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왜 ‘조국 키즈’가 됐나
지난해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에서 활동하며 민주당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시작합니다. ‘개국본’은 친문(親文) 성향 유튜브 방송 ‘시사타파TV’의 시청자들이 만든 단체인데요. 지난해 말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서초동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이끌었죠. 그는 집회에서 직접 사회를 보기도 했어요.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인사로 나눠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쯤입니다.
집회 당시 김 변호사의 발언을 보면, 그 배경도 이해가 돼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말이나 되는 수사냐. 그것도 모자라 무도하게 청와대 압수수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2019년 12월 7일) “(검찰이) 고등학생 표창장 한 장에 집중하듯이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했다면 이미 밝혀 내고도 남았을 것”(2019년 11월 30일) 이라는 말을 했죠. 그는 길거리에서 시민들과 ‘검찰개혁’ ‘조국 수호’를 함께 외쳐 친문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조 전 장관의 임명부터 사퇴까지 검찰과 언론의 모습을 기록하겠다는 ‘조국 백서’의 필진으로 나섰죠. 조국백서추진위원회가 추진하는 ‘조국 백서’는 3, 4월쯤 후원자들에게 배송될 예정이라고 해요. 김 변호사가 출마의 뜻을 밝히면서 ‘조국 백서’에 담겼을 그의 발언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죠.
방송의 달인?
김 변호사의 얼굴이 어쩐지 낯설지 않은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MBC ‘100분 토론’, JTBC ‘시사토크 세대공감’ 등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고정 패널로 자주 모습을 내비쳤거든요. 2017년 1월 방송된 MBN ‘뉴스특보’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와 치열한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됐어요.
당시 황 평론가는 “참여정부 시절 5년간 중앙정부에서 언론사에 지원하는 지원금이 있다”면서 “1등 서울신문, 2등 한겨레, 3등 경향이고 꼴찌가 조선일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블랙리스트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정부가 언론 매체를 지원하는 등 개입한 적이 있다는 주장이었죠.
그러나 김 변호사는 “황 평론가는 (블랙리스트를) 옹호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에둘러 옹호하고 있다”며 “보조금 사업법 등 과거 정부의 적법한 지원을 불법적인 블랙리스트와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꼬집었어요.
최근엔 방송 중 감정이 북받쳐올라 눈물을 쏟기도 했는데요. 그는 16일 유튜브 방송 ‘시사타파TV’에서 “너무 위기라고 생각하고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울먹였죠. 18일 김 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절박함’ 때문에 눈물을 쏟았다”며 “만약 이번 총선에서 (진보 진영이) 진다면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이 든 촛불은 모두 꺼져버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입당 후 김 변호사는 ‘조국 프레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소신 발언으로 미운털이 박힌 금 의원을 ‘찍어내기’ 위해 민주당이 김 변호사를 투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죠. 하지만 최근 당 내부에서 총선이 ‘조국 대전’으로 흐르는 양상을 우려하는 자성론이 나와 김 변호사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추측도 있어요.
민주당은 20일 내홍에 대해 조속한 수습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김 변호사를 다른 지역구로 전략 배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죠. 과연 그는 금태섭 의원을 밀어내고 강서갑 공천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역풍에 밀려나고 말까요. ‘김남국 변수’로 커지는 당내 갈등에 민주당의 고심도 깊어집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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