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당국의 허가로 웨스테르담호에 남아 있던 승객들이 19일 하선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프레시 뉴스 캡처

캄보디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 격리됐던 나머지 승객들도 전원 하선시켰다. 부실한 자체 검사로 자국 출국 후에야 확진자가 확인됐는데도 또 다시 14일간의 최소 격리 기간 내에 전격적으로 전원 하선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 보건부는 전날 “신종 코로나 추가 검사 결과 웨스테르담호에 남아 있는 승객 233명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아 하선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캄보디아 정부는 같은 방식으로 지난 14일 1,254명을 하선시켰으며, 이들 중 541명이 아시아 각국으로 이동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인 탑승객 1명이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 ‘폭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상태다. 이번 캄보디아 정부의 조치로 크루즈선에는 승무원 747명만 남았으며, 이들은 출항 준비를 마치는 대로 필리핀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번 승객 하선 조치를 두고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이 더 커지는 이유는 이미 확진자를 놓쳤던 캄보디아 보건당국의 검사 결과를 여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캄보디아 측은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캄보디아 파스퇴르연구소와 협력해 검진을 진행했다”며 검사 결과를 자신했다. 하지만 DPA통신 등 외신은 “승객들에 대한 검사가 면봉을 이용한 샘플 채취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특히 캄보디아 정부가 사실상의 최소 격리 기간으로 통용되고 있는 14일이 지나기 전에 내린 조치임을 거론하며 “상황이 매우 유동적임에도 훈센 총리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만을 의식해 무리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캄보디아 정부는 그러나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남은 승객들이 하선하자 자국 고유의 체크무늬 스카프를 선물하고 수도 프놈펜까지 손수 이동시켰다. 심지어 관광부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고생한 승객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겠다”며 댄스 쇼 관람도 추진하고 있다. 훈센 총리의 자화자찬도 여전하다. 그는 “주캄보디아 미국 대사가 우리의 인도주의적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며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캄보디아와 달리 인접 동남아 국가들은 초비상 상태다. 캄보디아가 아시아 각국으로 향한 승객들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바람에 현재 각국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입국한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을 포함한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대만이 웨스테르담호 승객과 승무원의 입국을 금지했으며, 베트남 등 나머지 인접 국가들도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들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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