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지난달 5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작년 5월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에서 출발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하더니 결국 오스카상까지 석권하며 기나긴 경연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세계의 온갖 영화제를 휩쓸며 나아가던 그가 작년 10월 미국이라는 장벽 앞에 도달했을 때이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영화의 공장이며 최대 소비 시장이다. 그러니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든 영화에까지 눈을 돌릴 필요가 없다. 그 장벽 앞에서 봉준호가 던진 첫 번째 화두는 “오스카는 지역 영화상이다”였다. 칸 영화제와 달리 오스카는 영어 영화에만 상을 주니, 영어권 지역 행사에 불과하다는 의미였다. 그 발언은 미국의 영화적 전통에 대한 도발처럼 보였다.

지난 1월 미국 골든글로브상 수상식에서 그는 두 번째 화두를 던진다. “자막의 장벽,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봉준호는 영어라는 언어적 장벽을 도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장벽 안에 갇힌 사람들에게 나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고. 사실은 1인치짜리 턱에 불과하다고.

마지막으로 그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미국 노감독의 명언을 인용한다. 그 말은 미국에 와서 받았던 기자의 질문, “왜 한국어로 ‘기생충’을 만들었나?”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보편적이지만 나의 것이 아닌 영어보다는, 나의 언어인 한국어가 더 많은 창의적 자유를 준다는 말이다. ‘기생충’이 한국어로 만들어진 영화여서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다양한 언어를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던 점이 아닐까. 봉준호는 ‘한국어의 세계화’라는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국어 중심주의가 아니라 언어 다양성의 존중이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