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마이너스로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어떻게든 감염자 증가세를 누그러뜨리려는 보건 당국의 안간힘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고무줄 잣대’와 ‘제멋대로 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가 20일 발표한 자료에는 전에 없던 이상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 전날 하루 동안 확진자가 일부 지역에서 감소한 것이다. 신규 환자 발생 수치를 적시하면서 오히려 줄었다고 표기하는 꼼수를 동원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날 징먼(107명), 센닝(66명), 징저우(31명), 샤오간(15명) 등 10개 도시에서 총 279명의 신규 확진자가 줄었다. 위생건강위가 “심사를 통해 삭감했다”고 설명한 것에 비춰 단순 발생상황을 집계하기 보다 무언가 후속조치를 통해 숫자를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후베이성의 이날 신규 확진자는 349명에 그쳤다. 당초 신규 확진자로만 계산하면 우한 615명을 비롯해 총 628명에 달했지만, 이중 279명을 제외하면서 확진자 증가수는 349명(628-279=349)으로 줄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중국의 발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국 31개성에서 신종 코로나 중증환자가 871명 늘었다”면서 “이 중 897명은 후베이성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871>897’이라는 이상한 셈법이다. 부분(후베이성)이 전체(중국 본토)보다 크다는 것이다.
후베이성은 전날 “확진자 분류 기준을 바꿨다”고 밝혔다. 핵산 검사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내리면 시간이 오래 걸려 문제로 지적되자 앞서 13일부터 비교적 신속한 컴퓨터단층(CT)촬영에서 폐렴 소견을 보이면 확진자로 분류하기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확진자가 폭증하자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원래대로 기준을 돌려놨다. 여기에 더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확진 환자’ 논리까지 동원한 것이다.
그 결과 후베이성의 하루 확진자 증가 규모는 19일 1,693명에서 20일 349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후베이성의 누적 확진자는 전날 6만1,682명과 별 차이 없는 6만2,031명으로 집계됐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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