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민주당 TV토론 첫 출연… 여론조사선 2위로 껑충
금융규제 강화 등 공약으로 젊은층ㆍ진보 표심 끌어안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19일(현지시간) 열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을 통해 경선 레이스에 본격 등판한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세론’이 무너진 틈을 타 지지율이 2위권까지 오른 그의 합류로 경선 구도가 ‘진보파 샌더스 대 중도파 블룸버그’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전격적인 TV토론 합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10% 이상 전국 지지율 네 차례’로 진입 장벽을 낮춘 데 따른 것이다. 그는 18일 발표된 NPR과 PBS 공동 여론조사에서 19%의 지지율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31%)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 비해 15%포인트나 급상승한 수치다. 바이든 전 부통령(15%),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2%),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9%),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스 시장(8%)이 뒤를 이었다. 같은 날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공동 여론조사에선 샌더스 의원(27%)에 이어 바이든(15%) 블룸버그(14%) 워런(14%) 부티지지(13%)가 혼전 양상이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주목 받는 건 그의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사업가’ 이미지가 ‘성공한 사업가’를 자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포브스가 추정한 그의 순자산은 640억달러(약 76조1,000억원)로 미국 내 8번째다. 트럼프 대통령(31억달러)보다 20배나 많다. 2002~2013년 뉴욕시장을 3연임하며 행정경험을 갖췄고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 성향으로 무당파ㆍ중원 확장력도 크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부터 폭발력을 갖춘 주자로 평가받으면서도 당내 기반이 약해 경선 통과가 힘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의 조기 추락에 따라 민주당 주류 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캠프는 이날 “대통령에 당선되면 블룸버그통신의 모회사인 블룸버그LP를 백지위임해 매각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이 회사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1981년 설립한 세계적 미디어그룹으로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32만여 고객들에게 연 2만4,000달러를 받아 금융정보와 각종 뉴스를 제공하는 블룸버그LP는 지난해 수입만 105억달러에 달했으며 매각가는 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WSJ은 추정했다.
이 공약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까지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업체를 가족들에게 맡겨 이윤 활동을 계속하면서 이해충돌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조치란 점에서다. ‘사기꾼’이라는 비난까지 받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윤리적인 사업가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금융규제 기능을 강화하고 0.1% 세율의 금융거래세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뿌리인 월스트리트 금융권과 거리를 두면서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안으려는 행보다.
이들 공약은 그의 최대 강점이자 동시에 한계이기도 한 엄청난 재력에 대한 당내 비판을 의식한 측면도 다분하다. 특히 최대 경쟁상대인 샌더스 의원은 그간 “돈으로 선거를 살 수 없다”며 금권선거 논란을 ‘블룸버그 때리기’의 단골메뉴로 삼아 왔다.
물론 이런 조치가 트럼프 시대에 왼편으로 더 기운 민주당의 젊은 유권자층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화당과 무소속으로 뉴욕시장에 출마한 이력, 뉴욕시장 재임시절의 강제 신체 수색, 흑인 비하, 여성차별 등의 논란도 부담 요인이다.
무엇보다 진보진영이 샌더스 의원으로 결집하는 데 반해 중도진영은 바이든ㆍ부티지지ㆍ클로버샤 등으로 표심이 분산돼 있다. 그는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고 이번이 2009년 이후 첫 TV토론 출연이다. 격렬한 논쟁 무대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이느냐에 따라 ‘샌더스 대 블룸버그’ 간 진검승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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