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택시 표 의식해, 통과 전망 높았지만
이날 판결로, 법 계류된 법사위서도 “무리한 법안” 비판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가 합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타다 금지법(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해온 정치권도 고민에 빠졌다. 법안 취지와 정반대되는 1심 판결이 나오며 타다 금지법을 무작정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정부ㆍ여당은 당초 계획대로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나, 동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타다 금지법은 타다처럼 렌터카(11~15인승 승합차)에 운전자를 제공하는 경우 관광 목적일 때만 서비스를 허용하고, 고객이 렌터카를 타고 내리는 장소도 공항ㆍ항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 동안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 렌트 시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현행법의 예외 조항을 근거로 운영해왔는데, 이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 금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법안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2월 임시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일사천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상임위인 국토위 문턱을 넘은데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상임위 논의 때도 미래통합당이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날 법원 판결로 ‘법을 바꿔 유사 콜택시인 타다를 제도권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타다 금지법 추진 명분이 약해진 것이다.
실제 법사위에서는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여당이 4월 총선에서 택시업계의 지지를 받기 위해 무리한 법안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법사위의 특성상 채 의원이 끝까지 법안에 반대하면 통과가 어렵다. 2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20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여서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타다 금지법은 자동 폐기된다.
정부와 여당은 “법안 처리 방침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모빌리티의 발전과 택시업계 상생을 위해서라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며 “개정안은 타다를 금지하는 법안이 아니라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을 플랫폼 운송사업으로 제도화해 지원하고, 기존 택시 산업과의 상생을 촉진하기 위한 법”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도 “타다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나왔다고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며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기 위해서라도 개정안이 2월 국회에선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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