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새로운 시간이 왔다”… 택시업계 “대자본에 면죄부” 반발
19일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은 렌터카 기반 호출서비스 ‘타다’가 그 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불법 족쇄’를 풀고 다시 날개를 펴게 됐다. 모빌리티를 비롯한 스타트업 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보냈지만, 택시업계는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 등을 예고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다.
이날 선고 직후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법정을 나선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 드린다”며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법정에 섰던 이재웅 쏘카 대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로운 시간이 왔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 대표는 “혁신을 꿈꿨다는 죄로 검찰로부터 1년 징역형을 구형 받던 날, 젊은 동료들의 눈물과 한숨을 잊지 않겠다”며 “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느끼며, 젊은 시간이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응원하고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4월 1일 쏘카로부터 독립하는 타다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유일한 장애물이지만, 법원이 타다 서비스에 ‘합법 딱지’를 붙여주면서 이마저도 통과될 확률이 낮아졌다.
가장 시급한 건 투자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 정도 된 타다는 아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부터 국토교통부, 국회와 부딪히면서 논란이 지속되자 예정됐던 대규모 투자 계획마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의 모회사 쏘카는 지난해 1월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1년여간 아무런 추가 유치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위험 요소가 제거된 상황”이라며 “타다가 ‘큰 산’을 넘어선 데다 독립기업으로 분할되는 만큼 이제 투자 유치가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국토부 심기를 긁었던 ‘1만대 증차’ 선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지만, 타다는 현재 서울ㆍ인천ㆍ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 지역을 전국 단위로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1,200여대의 차량이 운행 중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타다 무죄 선고로 한숨 돌린 분위기다. 자칫 얼어붙을 뻔한 창업 생태계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신산업에 도전하는 창업자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위험한 전례가 생기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불안정한 제도부터 바로잡아야 앞으로 국내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이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연구원은 “노동법규를 고려했을 때는 질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법원에서 타다가 초기 국토부 등과 조율했던 점 등을 참작해준 것 같아 다행”이라면서 “이런 소송의 영향으로 스타트업들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판결 결과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택시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4개 택시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대자본과 대형 로펌을 내세운 타다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총파업과 총궐기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한편, 국회에서 심의 중인 타다 금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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